오세훈 '손목닥터 9988' 제동…'서울 출퇴근·통학족' 혜택 없애나
민주당, 지원 대상 '서울시민'으로 한정하는 조례안 발의
지난해 같은 안 상임위서 보류…여소야대 속 '통과' 주목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건강정책인 '손목닥터9988'에서 서울에 주소를 두지 않은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원)생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된다.
지난해 같은 취지의 조례안은 사업 효과와 지원 대상 범위를 둘러싼 이견 끝에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6·3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 118석 가운데 80석을 차지하는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면서
2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병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신체활동장려사업 운영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서울 소재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원)생까지 신체활동장려사업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이들에게 참여 실적에 따른 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각각 삭제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손목닥터9988의 사업·지원 대상을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통과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손목닥터9988은 시민이 걷기 등 건강활동을 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서울페이머니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가입 완료와 설문조사, 걷기 등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참여자 증가에 따라 포인트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도 크게 늘면서 서울시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조례의 제명과 목적, 시장의 책무 등이 대부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특정 조항에서만 지원 대상을 서울시민 이외로 확대한 것도 조례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재정분석과도 지원 대상을 주민등록인구로 한정하면 기존 사업 범위가 축소돼 서울시가 직접 부담하는 예산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서울페이 사용 감소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 등 간접적인 파급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비용추계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손목닥터9988의 지원 대상을 서울시민으로 제한하는 조례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9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류됐다.
당시 상임위에서는 사업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손목닥터9988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뤄졌는지와 서울에 주소를 두지 않은 직장인·학생에게까지 서울시 예산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다만 지원 대상을 당장 서울시민으로 좁히는 부분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결국 조례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원 대상을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으로만 한정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건강증진법령이 신체활동장려사업을 추진할 때 직장과 학교 등 생활환경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실제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과 학생 역시 서울시 건강정책의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이동률 당시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도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생활환경을 고려해 직장인, 학생 등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주민등록상 주소보다는 실제 생활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손목닥터9988을 단순 걷기 포인트 사업에서 시민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해 왔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것은 시의회 의석 구조다. 제12대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80석, 국민의힘 38석으로 구성돼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번 조례안에도 이 의원을 비롯해 3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30명이고 국민의힘 소속 이숙자·이정미 의원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지난해처럼 상임위 단계에서 조례안이 보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의회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만큼 정치적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오 시장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재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80석을 확보하고 있어 의원들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 재의결도 가능한 구조다.
지난해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손목닥터9988 지원대상 축소안이 여소야대 전환 직후 다시 등장하면서 오 시장의 대표 정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힘겨루기도 본격화할 지 주목된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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