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서울 어디 갈까"…남산 걷고 사찰서 명상한다

남산 야간 하이킹·사찰 명상·광화문 야경 등 체류형 콘텐츠 확대
명소에 모인 관광객 주변 상권으로…야간소비 5조 추가 목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야간경제 활성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밤 10시 남산에 올라 서울 야경을 감상하고, 도심 한복판 사찰에서는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명상을 즐긴다. 광화문에서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야외도서관과 거리공연을 즐기고, 한강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야간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낮에 익숙했던 서울의 대표 명소들이 밤에는 새로운 얼굴로 변신한다. 서울시가 남산과 광화문, 한강,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물론 서울의 산과 사찰까지 야간 콘텐츠를 입혀 '서울의 밤' 자체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키운다.

단순히 시설의 문을 늦게까지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는 시민과 관광객이 명소에 조금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들고, 그 체류시간을 주변 음식점과 시장, 골목상권의 활력으로 이어가는 '야간 체류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계획을 발표하고 "시민의 좋은 저녁을 서울의 좋은 경제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남산서 밤 11시까지 '캠프닉'…도심 한복판 미드나잇 하이킹

서울시가 야간 관광의 핵심 자산으로 꼽은 곳은 남산이다. 오 시장은 "남산은 서울이 가진 가장 독보적인 자산"이라며 "도심 한복판에서 숲과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고 명동에서 바로 이어져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에 남산을 낮에 전망대를 찾고 내려오는 관광지에서 밤에도 오래 머무는 '도심 힐링 명소'로 바꾼다.

오는 10~11월 매주 금·토요일 백범광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감성 캠프닉'도 운영한다. 텐트존에서 야외영화와 버스킹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남산 둘레길에는 야간 단풍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한국숲정원에는 야간조명을 활용한 '반딧불 정원'을 조성한다. 서울시는 남산을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미드나잇 하이킹'이 가능한 도심 속 산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남산의 활력은 명동까지 이어간다. 쇼핑과 식사를 위해 명동을 찾은 관광객이 남산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야간 관광 동선을 만든다.

오 시장은 "남산의 매력을 남산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명동의 활기와 남산의 휴식을 하나의 야간 관광축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경복궁 별빛야행 사전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향원정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 뉴스1 이동해 기자
조계사·봉은사선 야간 명상…서울의 산도 '밤 관광상품'

화려한 조명이나 공연과는 다른 '고요한 서울의 밤'도 관광 콘텐츠가 된다. 조계사와 봉은사, 화계사에서 야간 명상과 산책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도심 사찰의 분위기를 살린 야간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곳곳의 산과 전망 명소도 밤 관광에 활용한다. 아차산 해맞이공원과 응봉산 팔각정, 낙산 성곽길, 용왕산 스카이워크 등을 활용해 야경을 감상하는 하이킹 코스를 만들고, 등산 뒤 인근 맛집과 전통시장 등을 찾도록 주변 상권과 연계한다.

오 시장은 "서울의 산과 사찰도 밤에는 새로운 매력이 있다"며 "도심 야경을 즐기는 하이킹과 고즈넉한 사찰에서 명상처럼 서울의 자연과 전통을 밤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저녁이면 사람 빠지던 광화문…머무는 공간으로 조성

광화문에서는 낮에 몰린 유동인구를 저녁까지 붙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감사의 빛'과 서울라이트 광화문, 시티캔버스 등을 연계해 역사와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야경을 만들고, 야외도서관과 요가, 거리공연 등을 확대한다.

세종문화회관도 공연을 보고 바로 귀가하는 공간에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무는 공간으로 바뀐다.

옥상에서 광화문 야경과 식음료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공연장 무대 뒤 공간을 둘러보는 야간 투어도 추진한다. 공연을 야외광장으로 송출하거나 뒤뜰에서 식음료와 재즈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한강 밤핑(Night+Camping)'을 즐기고 있다. 2026.8.1 ⓒ 뉴스1 박지혜 기자
한강은 사계절 밤 놀이터로…겨울엔 노천 사우나

대표적인 야간 명소로 자리 잡은 한강은 계절별 콘텐츠를 더해 '365일 밤 놀이터'로 만든다.

서울시는 드론라이트쇼와 빛섬축제 등 기존 야간 콘텐츠를 확대하고 뚝섬 등 한강변 경관조명을 개선한다.

봄에는 벚꽃과 축제, 여름에는 수영과 수상 콘텐츠, 가을에는 불꽃축제와 문화행사, 겨울에는 노천 사우나 등 계절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최근 '한강 밤핑'의 주말 예약이 시작 4시간 만에 마감된 사례를 언급하며 "한강에서 더 오래,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는 시민들의 수요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DDP서 한 시간 더"…그 한 시간이 골목 매출로

서울시가 이처럼 '밤에 할 거리'를 대폭 늘리는 데에는 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다.

오 시장은 동대문을 예로 들며 "DDP를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동대문에서 1시간을 더 머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 한 시간이 지역 상권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DDP와 남산, 광화문, 한강 등 대형 명소가 끌어모은 유동인구를 주변 식당과 카페,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야간경제의 핵심 구조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제시한 야간경제의 시간표도 이 같은 전략을 담고 있다. 오후 6~9시는 문화·여가, 오후 9시~자정은 체류·소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귀가와 안전에 집중해 시민의 활동시간과 지역경제를 함께 키우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일부 지역에 집중된 점도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서울 카드 소비액은 5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8% 증가했지만, 전체 소비의 65%가 강남·중구·마포 3개 자치구에 몰려 있다. 서울시는 야간 콘텐츠를 통해 관광객의 동선을 넓히고 소비를 골목상권까지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다.

지역 먹거리와 골목상권을 결합한 '서울 달빛야장'도 올해 5곳에서 2028년 25곳으로 늘린다. 다만 밤의 활력이 주민 불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막을 계획이다.

오 시장은 "상권의 활력을 위해 주민의 일상을 희생시키지는 않겠다"며 소음과 청결, 안전 문제 등을 함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같은 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5년 뒤 연간 야간소비 5조원을 추가 창출하고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소상공인 야간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