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 대통령 "세금 도둑질 막아라"…행안부, 3.8조 보조금 매달 점검

정산보고 12개월 늦으면 보조금 최대 50% 삭감
'쪼개기 계약' 막고 부정수급 의심사업 45일 내 점검

행정안전부 청사(행안부 제공)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세금 도둑질'로 규정하고 엄단을 주문한 이후 행정안전부가 3조 8000억 원 넘는 소관 국고보조금의 집행내역을 월 1회 이상 점검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부정수급 의심사업은 통보받은 날부터 45일 안에 점검을 끝내고, 보조금을 여러 계약으로 쪼개 관리 기준을 피해가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도 감독한다. 정산보고가 12개월 지연된 사업자에게는 이후 지급하는 보조금을 최대 50% 삭감할 수 있도록 한다.

18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안전부 국고보조금 관리규정'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 훈령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기획예산처의 전 부처 공통지침에 따라 관리해 온 소관 국고보조금에 대해 사업자 선정부터 교부·집행, 정산, 부정수급 적발과 환수까지 담당 부서가 따라야 할 기준을 자체 규정으로 처음 명문화하는 것이다.

보조금 집행 매달 점검…부정수급 의심사업 45일 내 조사

새 규정의 핵심은 보조금을 지급한 뒤 집행 상황을 상시 점검하도록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

보조사업 담당 부서는 보조금의 세부 집행내역과 월별 집행실적 등을 월 1회 이상 확인해야 한다. 행안부가 직접 교부한 보조금도 매달 한 차례 이상 점검 대상이 된다.

100억 원 이상 보조사업이나 공모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를 선정한 사업, 부정수급이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높은 사업 등은 주요 점검 대상으로 관리한다. 필요할 경우 현장조사도 실시한다. 고의나 거짓 등의 방법으로 부정수급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발하도록 했다.

부정수급 의심사업의 처리 시한도 명확히 한다. 기획예산처로부터 의심사업을 통보받은 담당 부서는 자체 점검계획을 세워 45일 이내 조사를 마쳐야 한다.

점검 결과에 따라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하고 반환을 명령하거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향후 보조사업 수행 대상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보조금으로 물품·용역 등을 계약하는 과정도 들여다본다.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물품·용역 구매 계약은 조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거나 나라장터를 이용하도록 한다.

특히 하나의 계약을 여러 건으로 나눠 금액 기준을 피하는 '쪼개기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 부서의 감독 책임을 규정했다.

정산을 미루는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도 규정한다. 정산보고서 제출이 3개월 늦어지면 이후 처음 지급하는 보조금을 10% 이내에서 삭감할 수 있고, 6개월 지연 시 20%, 12개월 지연 시 최대 50%까지 삭감할 수 있다.

李 "간 큰 세금 도둑질"…행안부 보조금 3조8565억원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등에 특정 사업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재원이다. 지원 자격이나 사업 실적을 허위로 꾸미거나 동일·유사 사업으로 중복 지원을 받고, 지급 목적과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경우 국민 세금이 당초 쓰여야 할 곳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6일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를 지적하며 국민 혈세를 '눈먼 돈'으로 여겨 "간 큰 세금 도둑질"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정수급액 전액 환수에 그치지 않고 강한 경제적 제재와 재발 방지 대책도 주문했다.

정부는 이후 3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대책'을 내놨고 기획예산처는 5월20일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을 개정했다.

행안부의 올해 국고보조금 예산은 3조 8565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이 3조 768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민간보조금은 884억 원이다.

행안부는 이달까지 법무담당관실 검토와 의견조회, 규제심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관리규정을 훈령으로 발령할 계획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