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수의계약으로 배 채우는 지방의원들…'몰아주기' 제한[일문일답]
기초 연 5회·2억, 광역 7회·3억…횟수·금액 하나라도 넘으면 추가 계약 불가
지방의원 가족·이해관계 업체 계약도 통제…예외계약은 공개·상급기관 보고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행정안전부가 지방의원과 관련된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편법을 막기 위해 동일 업체와 체결하는 1인 견적 수의계약에 횟수와 금액 한도를 처음 도입한다.
세종·제주를 포함한 기초지방정부는 같은 업체와 연 5회 또는 2억 원, 광역지방정부는 연 7회 또는 3억 원을 넘겨 수의계약을 할 수 없도록 한다. 횟수와 금액 가운데 하나라도 한도를 넘으면 추가 계약이 제한된다.
지방의원의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지방정부가 수의계약을 맺는 경우 신고·심사 절차도 강화한다. 최근 일선 지방정부에서 잇따른 공금 횡령을 막기 위해 전국 지방정부 공금관리 전수점검과 전자대금청구시스템 'e호조+빌' 의무화도 추진한다.
다음은 행안부와의 일문일답.
-수의계약 제도를 손보게 된 배경은.
▶최근 지방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친인척 등 사실상 자신과 관련된 업체가 지방정부와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한 지역에서는 군의원 배우자가 지분 40%를 보유한 업체와 133건, 22억8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적발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배우자가 지분 49%를 가진 업체와 40건, 10억25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었다. 동일 업체와 반복적으로 계약하는 방식의 편법을 막기 위해 한도를 도입한다.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몇 번까지 할 수 있나.
▶세종·제주를 포함한 기초지방정부는 연 5회 이내 또는 총 2억원 이하, 광역지방정부는 연 7회 이내 또는 총 3억원 이하다. 횟수와 금액 중 하나라도 한도를 초과하면 같은 업체와 추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계약 횟수는 남았는데 금액을 다 채우면 어떻게 되나.
▶추가 계약이 불가능하다. 기초지방정부가 장애인기업과 5000만원짜리 계약을 네 번 체결해 총액이 2억원에 도달했다면 횟수가 한 차례 남았더라도 추가 계약을 할 수 없다. 반대로 총액이 1억8000만 원이라도 이미 다섯 차례 계약했다면 여섯 번째 계약은 제한된다.
-어떤 수의계약이 대상인가.
▶일반기업은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 여성·장애인기업 등은 5000만원 이하의 1인 견적 수의계약이 대상이다. 공사와 물품, 용역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동일 계약 상대자를 기준으로 합산한다. 추정가격 200만원 미만인 일부 물품·용역 계약 등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서가 다르면 같은 업체와 다시 계약할 수 있나.
▶지방정부 본청은 전 부서를 하나의 단위로 본다. 한 업체가 여러 부서와 각각 계약하더라도 모두 합쳐 횟수와 금액을 계산한다. 다만 직속기관과 소속기관, 사업소, 출장소는 본청과 별도의 단위로 한도를 적용한다.
-지역에 업체가 많지 않아 한도를 넘길 수밖에 없는 경우는.
▶업체 수 부족이나 주민 안전과 관련된 사업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계약할 수 있다. 다만 예외 계약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심의 결과를 지방정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상급기관에도 보고해야 한다.
-계약심의위원회만 통과하면 사실상 계속 계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외 계약에 대한 사후 통제를 강화한다. 시·군·구는 시·도에, 시·도는 행안부에 심의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다. 행안부와 시·도는 제한 한도 위반이나 공개 누락, 심의 절차가 적정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감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수의계약 정보 공개는 무엇이 달라지나.
▶현재도 사업명과 업체명, 대표자, 주소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정부에서 업체명이나 대표자명을 일부 가리거나 수의계약과 입찰계약을 구분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공개항목 전체를 빠짐없이 공개하도록 하고 사업자등록번호도 추가한다. 같은 업체가 이름을 달리 표기해 반복 계약을 했는지 등을 쉽게 확인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지방의원 가족이나 관련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지방의회법'에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 등록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지방정부가 의원의 가족이나 가족이 대표·임원으로 있는 법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의원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다.
-법을 직접 위반하지 않은 계약도 문제가 될 수 있나.
▶회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으로 발생한 이익이 실질적으로 지방의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인정되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부적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정부에 계약 재검토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방의원이 업체 대표를 겸직하는 경우도 통제하나.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의원의 겸직 직위와 지방정부 업무 사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면 겸직 직위 휴직 등을 권고하거나 관련 상임위원회 보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건설업체 대표를 겸직한 의원이 건설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사업을 다루는 경우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공금 횡령 대책을 함께 내놓은 이유는.
▶최근 경남 거창군과 경북 영천시 등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의 공금 유용·횡령 사건이 잇따랐다. 거창에서는 2024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억3000만 원을 횡령하고 8억9000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 대신 본인 계좌를 입력하거나 지방정부 명의 보통예금계좌를 부정 이용한 수법 등이 확인됐다.
-전국 지방정부의 공금 거래를 모두 들여다보나.
▶그렇다. 지난 4일 전국 지방정부에 공금관리 전수점검을 요청했다. 읍·면·동을 시작으로 사업소, 시·군·구 순으로 점검한다. 올해 1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거래 내역 가운데 거래처명과 예금주명이 다른 거래, 담당 공무원 명의가 포함된 거래, 보통예금계좌 부정 이용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나.
▶이번에는 행안부가 처음으로 12개 금고은행과 협업해 점검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방정부에 제공했다. 회계부서뿐 아니라 감사부서 등이 참여하는 전수점검 TF도 구성하도록 했다. 향후 금고은행과의 데이터 협업을 통해 이상거래 점검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e호조+빌' 의무화가 어떻게 횡령을 막나.
▶'e호조+빌'은 사업자가 직접 계좌정보를 등록하고 대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사업자가 등록한 계좌로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자신의 계좌 등으로 임의 변경할 수 없다. 행안부는 오는 9월까지 관련 훈령을 개정해 지방정부의 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한다.
-예금주가 다르면 실제 지급도 막히나.
▶그렇다. 실제 지급 계좌와 시스템에 등록된 계좌의 예금주가 일치하지 않으면 지출이 진행되지 않도록 계좌검증 기능을 강화한다. 공사대금 등이 지방정부 명의 보통예금계좌로 우회 이체되는 것도 시스템에서 차단할 예정이다.
kjwowe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