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수의계약 몰아주기' 막는다…동일업체 연 5회·2억 제한
광역은 연 7회·3억원…초과 계약은 심의·상급기관 보고
전국 공금관리 전수점검…계좌 임의변경·비정상 지출 차단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이 반복적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동일 업체와 체결할 수 있는 수의계약 횟수와 금액에 처음으로 상한을 둔다.
기초지방정부는 연간 5회 또는 2억 원, 광역지방정부는 연간 7회 또는 3억 원을 넘겨 동일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된다. 지방공무원의 공금 횡령을 막기 위한 전국 지방정부 전수점검과 지출 시스템 통제도 강화한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편법적 수의계약 방지 및 지방공무원 횡령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 근본적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 몰아주기 수의계약을 근절하고 회계관리 부실을 막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정부에서는 수의계약 특혜 의혹과 공금 횡령 사건이 잇따랐다.
경북 의성에서는 전·현직 의성군의원 4명과 경북도의원 1명이 본인 명의가 아닌 지인 명의 업체를 통해 의성군과 많게는 수억원대 수의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경찰의 입건 전 조사를 받고 있다. 영천에서도 행정복지센터 소속 7급 공무원이 공금 약 25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행 지방계약법은 지방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 해당 지방정부와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도 의원 본인이나 가족이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지분 등을 가진 사업자와의 수의계약을 제한한다.
행안부는 여기에 더해 경쟁입찰 없이 한 업체의 견적만 받아 체결하는 '1인 견적 수의계약'의 횟수와 금액에 처음으로 상한을 둔다.
기초지방정부와 세종·제주는 동일 업체와 연 5회 또는 2억 원, 광역지방정부는 연 7회 또는 3억 원을 초과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본청은 전 부서를 합산해 한도를 적용하고 직속기관·소속기관·사업소·출장소는 각각 별도 단위로 적용한다.
일반기업은 추정가격 2000만 원 이하 1인 견적 수의계약이 대상이다. 청년창업·여성·장애인기업 등은 5000만 원 이하 계약까지 포함된다.
지역 내 업체 부족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도를 넘길 수 있다. 지자체는 정부가 정한 최대한도 안에서 더 낮은 자체 기준도 정할 수 있다. 한도를 넘긴 계약의 심의 결과는 누리집에 공개하고 분기별로 상급기관에 보고하며, 필요하면 감사도 받는다.
수의계약 공개 항목에는 사업자등록번호를 추가하고 전체 항목을 빠짐없이 공개하도록 한다. 주민·지방의회·언론 등이 같은 업체에 계약이 반복적으로 몰렸는지, 한도를 넘겼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지방의원에 대한 통제도 강화한다.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지방의회법'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의원의 겸직과 영리행위의 연관성을 심사해 겸직 직위 휴직을 권고하거나 관련 상임위원회 보임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또 지방의원이 본인과 사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나 업체를 등록·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지방정부가 이들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려면 의원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위원회가 부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지방정부에 계약 재검토를 권고할 수 있다.
공금 횡령 대책은 이상거래를 조기에 찾아내고 공금이 지급되기 전에 시스템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안부는 지난 4일 전국 지방정부에 공금관리 전수점검을 요청했다.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읍·면·동을 시작으로 사업소, 시·군·구까지 순차적으로 △거래처명과 예금주명이 다른 거래 △담당 공무원 명의가 포함된 거래 △보통예금계좌 부정 이용 등을 집중 점검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지방정부의 공금을 관리하는 금고은행과 협업해 점검에 필요한 데이터와 매뉴얼을 제공했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상거래 점검도 정례화해 상시 점검체계를 구축한다.
전자대금청구시스템인 'e호조+빌' 이용도 의무화한다. 사업자가 직접 지급받을 계좌를 등록하고 대금을 청구하도록 해 담당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한다. 행안부는 오는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을 개정해 의무화 근거를 마련한다.
실제 지급계좌와 시스템에 등록된 계좌의 예금주가 다르면 지출 자체를 차단하도록 계좌검증 기능도 강화한다. 아울러 업체에 직접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 등이 지방정부 명의 보통예금계좌를 거쳐 지급되지 못하도록 시스템 통제를 강화한다.
공금 이상거래 정보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인 '청백-e'와 연계해 회계감사에 활용하고, 지출 결재권자와 사업·회계 담당 공무원에 대한 횡령 예방 교육도 강화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편법적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계약 관리와 공금 집행 전반의 취약 요인을 근본적으로 보완해 비리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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