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소방관 대신 로봇 먼저…119 신고엔 AI 투입
4족보행·궤도형 로봇에 외골격 슈트까지…현장 실증 의무화
공장 스프링클러 면적 기준 확대…고위험 환자 이송체계 개선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소방청이 유증기와 유독가스, 붕괴·폭발 위험이 있는 재난현장에 소방대원보다 무인로봇을 먼저 투입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119 신고가 한꺼번에 몰릴 때 인공지능(AI)이 긴급 신고를 가려내고 출동대까지 자동으로 편성하는 차세대 시스템도 개발한다.
소방청은 5일 제2차 정부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올해 하반기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소방청은 대원이 현장에 진입하기 전 유증기와 가스, 붕괴·폭발 위험을 식별할 수 있는 센서형 장비를 개발한다.
지하주차장과 터널 등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차량형 무인소방로봇에 더해 계단이나 좁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4족보행형·궤도형 로봇 개발도 추진한다. 소화탄과 소화약제를 탑재한 드론도 위험현장에 투입한다.
소방대원이 착용하는 장비도 첨단화한다. 초경량·고내열 방화복과 열화상 장비, 무거운 장비 운반과 현장 활동을 돕는 근력증강 외골격 슈트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재난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현장 실증도 의무화한다.
소방청의 로봇 투입은 기존 차량형 장비 중심의 개발 사업을 재난 유형과 공간별 장비로 확대하는 것이다. 소방청은 2024년 현대자동차그룹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투입할 차량형 무인소방로봇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5월에는 로봇과 드론 등을 '첨단 소방장비'로 지정하고 '선행구매-성능평가-시범운영'을 거쳐 현장에 보급할 수 있도록 소방장비관리법도 개정했다.
119 신고와 화재 예방·조사 업무에는 AI와 빅데이터가 투입된다.
신고가 폭주하면 AI가 생명과 직결된 긴급 신고를 우선 선별하고 사고 유형과 위치에 맞춰 출동대를 자동 편성하도록 차세대119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한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능을 탑재해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한다. 소방시설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소방 관련 민원에 답변하는 예방정보시스템 도입 기반도 마련한다.
산업현장 화재안전 관리도 강화한다. 화재가 반복되거나 분진 등으로 감지기 오작동이 잦은 공장과 창고를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온도와 연기를 함께 감지하는 지능형 화재감지기 설치를 확대한다.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기존 층수 기준뿐 아니라 건축물 면적까지 고려하도록 확대한다. 기존 규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빠진 시설에는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지원한다.
소방청은 앞서 노후 아파트와 공장, 위험물시설, 숙박시설 등 화재 취약시설 3만7715개소를 점검했다. 노후 아파트 화재취약계층 285만 가구에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무상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은 상반기 성과로 화재현장 도착시간 단축과 화재·산불 피해 감소를 제시했다.
교차로의 소방차 우선신호시스템과 아파트 공동현관을 자동으로 여는 '119패스' 설치를 확대하면서 화재현장 골든타임인 7분 이내 도착률은 68.3%에서 70.3%로 상승했다.
지난 3월부터는 시·도 관할과 관계없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헬기를 투입하는 국가 통합출동체계를 전국에서 시행했다. 이에 따라 산불현장 헬기 도착시간은 지난해 봄철 평균 15.1분에서 올해 10.3분으로 4.8분 단축됐다.
국가 소방헬기를 활용한 고위험 임산부 등 긴급환자 이송도 지난해 상반기 62건에서 올해 상반기 139건으로 2.2배 늘었다.
소방헬기 통합출동은 기존 시·도별 관할 출동에서 '최인접·최적정 헬기 투입' 방식으로 전환한 제도다. 소방청은 2023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출동시간이 평균 13.2분 단축된 것으로 분석하고 올해 3월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화재는 약 3만7000건으로 직전 1년보다 5.97%인 2352건 감소했다. 화재 사망자는 363명에서 306명으로 15.7% 줄었다.
봄철 산불은 349건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사망자는 32명에서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재산피해도 1조1000억원에서 41억9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소방청은 신고 단계부터 산림청과 지방정부가 동시에 출동하고 관할을 넘어 가용 소방력을 투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8일 충북혁신도시에서 정식 개원한 국립소방병원은 19개 진료과와 302병상을 갖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다.
화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소방공무원에게 빈번한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면서 경찰공무원과 지역 주민 등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다. 국립소방병원은 건립 추진 단계부터 소방공무원 건강관리와 충북혁신도시의 지역 필수의료 제공을 함께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소방청은 앞으로 24시간 응급의료 기반을 확충하고 응급의학과 등 진료과목을 늘려 국립소방병원을 중증·응급 필수의료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고위험 산모와 중증외상환자의 응급 이송체계도 개선한다. 의사와 항공구급대원이 소방헬기에 탑승해 응급처치를 하면서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까지 환자를 옮기는 '119 에어-앰뷸런스'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상반기에는 재난현장에 보다 신속하게 도착하고 화재와 산불로 인한 국민 피해를 줄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위험 요인과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하는 소방 행정을 펼쳐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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