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억 들여 연트럴파크 만들었더니…서울시에 날아온 844억 청구서

2011년 법 개정 이후 철도공단과 사용료 분쟁
서울시 "공익사업 위축 우려"…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 촉구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연트럴파크 만들었더니 844억 원 내라.'

서울시가 '경의선숲길'을 조성한 대가로 국가철도공단에 거액의 변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11년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유지 사용료가 부과된 탓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의선숲길은 마포구 홍제천부터 용산문화체육센터까지 이어지는 길이 6.3㎞, 면적 10만2716㎡ 규모의 공원이다.

시는 2010년 국가철도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의선을 지하화한 상부 공간에 358억 원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했다. 현재도 연간 약 20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일평균 이용객은 2만4250명에 달한다.

하지만 2011년 법령이 바뀌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법 개정 전인 2010년 철도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경의선 지하화 이후 상부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대신 국유지 무상사용에 합의했다고 봤다.

그러나 2011년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지를 무상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이 '재산 취득을 전제로 한 1년 이내'로 강화됐다.

이에 철도공단은 서울시에 최초 5년간 무상 사용하고 1년간 이를 연장한 뒤, 이후부터 국유재산 사용료 명목으로 변상금 총 639억 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연체료가 더해지면서 변상금은 지난달 기준 약 844억 원으로 불어났다.

서울시는 무상사용 약속을 믿고 공원을 조성한 만큼 변상금 부과는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개정 시행령이 해당 사안에 적용되지 않으며, 협약에 따라 공원이 존치되는 동안 시에 토지 무상사용 권한이 있다며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서울시와 공단 간 협약에 서울시가 주장하는 '무상사용 협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서울시는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한편 제도 개선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공유재산법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 소유 토지를 별다른 제약 없이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지자체의 국유지 무상사용을 '재산 취득'을 전제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의선숲길은 지하에 국가 철도시설이 있어 서울시가 토지를 취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취득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면 국유지를 활용한 공원 조성 등 공익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익시설을 조성할수록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만 커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3월 국무조정실에 △공익 목적 사용 시 국유지 사용료 면제 요건 완화를 위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 △공원녹지법에 국유지 무상사용 근거 신설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