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AI 시대에도 사다리는 있어야 한다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1990년대 인터넷은 일부 전문가만 다루는 기술이었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던 시절이다. 그러나 학교와 공공기관, 가정으로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인터넷 활용 능력은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됐다. 지금 인공지능(AI)도 그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아느냐보다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찾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반대로 AI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활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같은 출발선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자녀의 기회를 좌우하고 있다. 한국은행 연구에서도 부모의 소득과 자산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소득과 자산 수준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AI는 기존 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AI 활용 격차는 단순히 기술을 다룰 줄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과 취업 경쟁력, 나아가 소득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AI 접근성을 넓히는 정책은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닌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일에 가깝다. 서울시의 '청년 AI 사다리'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경험하고 활용법을 익히도록 도와 누구나 AI 기회를 누리도록 만들겠다는 시도다.
물론 AI 교육만으로 모든 불평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좋은 교육과 일자리, 주거와 자산 형성의 기회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AI를 배우고 활용할 기회마저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면 미래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저절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기술도 누군가에게는 도약의 발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된다.
그래서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다리를 놓는 일은 사회의 몫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교육이, 정보화 시대에는 인터넷이 그 역할을 했다. AI 시대에는 AI를 활용할 기회와 역량이 새로운 사다리가 돼야 한다.
인터넷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도구가 된 것처럼 AI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느냐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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