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터 AI까지'…서울 25개 구청장, 지역 맞춤 경쟁 시작

[민선 9기]현직·전임 포함 12명 재도전 성공, 13곳은 새 얼굴로 교체
정비사업·교통·청년·AI·문화관광 앞세워 성장전략 경쟁 본격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역사공원에서 열린 제79회 식목일 기념 '동행매력 정원도시 서울' 만들기 행사에서 이수희 강동구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4.3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재건축·재개발부터 인공지능(AI) 산업, 청년·교통 대책, 문화·관광 거점 조성까지 서울 25개 자치구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역 맞춤형 성장 경쟁에 들어간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 공약과 각 당선인 공약을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개구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공약을 주요 공약에 포함했다. 청년 정책을 내건 곳은 18개구, 교통 관련 공약을 제시한 곳은 20개구로 집계됐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구청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17곳, 국민의힘 8곳으로 재편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곳, 민주당이 8곳을 차지했던 것과 정반대 구도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5선에 성공하면서, 시와 자치구 간 협력이 민선 9기 공약 이행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5개 자치구 중 12개구는 현직 또는 전임 구청장이 다시 선택을 받았다. 중랑 류경기, 성북 이승로, 은평 김미경, 관악 박준희 당선인은 3선 고지에 올랐다. 중구 김길성, 광진 김경호, 양천 이기재, 강서 진교훈, 서초 전성수, 송파 서강석, 강동 이수희 당선인 등도 연임에 성공했다. 마포에서는 유동균 당선인이 4년 만에 구청장직에 복귀했다.

반면 종로, 용산, 성동, 동대문, 강북, 도봉, 노원, 서대문, 금천, 영등포, 동작, 강남 등 13개구는 구청장이 바뀌었다. 새 얼굴이 대거 입성한 만큼 각 구는 취임 직후 조직 개편과 공약 실행계획 수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가장 두드러진 공약 축은 정비사업이다. 은평·강서·구로·동작, 중구·용산·광진·강남·송파 등 9개구 당선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용산 김경대 당선인은 구청장 직속 개발 지원 조직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현안을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작 류삼영 당선인은 구역별 사업촉진 TF를 꾸려 정비사업 기간을 줄이겠다고 했다. 강남 김현기 당선인도 재건축 지원 전담 조직을 1호 행정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초구도 취임 전부터 재건축 속도전에 들어갔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재선 확정 직후 '찾아가는 재건축 신속 지원단' 운영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지역 내 79개 재건축 사업장을 대상으로 부서별 인허가·지원 기능을 구청장 직속 체계로 묶고, 갈등 사업장은 구청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방식이다.

AI도 민선 9기 자치구 경쟁의 새 키워드로 떠올랐다. 성동구는 성수·왕십리 일대를 중심으로 AI·디자인·패션 클러스터 구축을 내세웠다. 강서구는 'AI 산업도시', 서초구는 'AI 글로벌 허브', 서대문구는 'AI 청년 도시', 동대문구는 'AI 행정혁신'을 각각 제시했다. 기존의 스마트 행정 수준을 넘어 AI를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성장 수단으로 삼겠다는 흐름이다.

교통 공약도 25개구 대부분에서 빠지지 않았다. 동대문은 청량리역 중심 광역 철도망 확충, 강북은 강북권 철도·교통망 개선, 서대문은 서북권 교통 접근성 강화, 금천은 독산·가산을 잇는 순환 교통체계 도입 등을 앞세웠다. 양천과 서초 등은 도로 지하화와 철도·버스 연계 강화를 통해 주거지와 업무지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정책은 주거와 일자리, 창업 지원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각 구는 청년 주거비 부담 완화, 지역 기반 창업 공간 조성, 청년 문화·커뮤니티 거점 확대 등을 공약에 담았다. 특히 AI·콘텐츠·디자인·관광 등 지역 특화 산업과 청년 일자리 정책을 결합하는 방식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문화·관광 공약도 지역별 색깔을 드러냈다. 종로는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한 도심 관광 활성화, 중구는 명동·동대문 등 관광상권 회복, 성동은 성수 일대 콘텐츠 산업과 관광 연계, 도봉은 서울아레나와 창동 역세권 개발을 통한 자족형 문화경제도시 전환을 내세웠다. 강동은 교육국제화와 한강·암사동 역사문화 자원을 연결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공약 실현에는 서울시와 중앙정부, 민간투자 협력이 필수적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시 인허가와 도시계획 결정이 맞물려 있고, 철도·도로망 확충은 중앙정부 예산과 국가계획 반영이 필요하다. AI 산업단지와 문화복합시설 조성도 민간투자와 기업 유치 성과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민선 9기 서울 자치구 경쟁은 누가 더 큰 공약을 냈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실행 구조를 만드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재건축 속도, AI 산업 육성, 청년 정착, 교통망 확충을 둘러싼 25개 구청장의 지역 맞춤형 경쟁이 7월부터 본격화된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