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광주 소방관 사망 후폭풍에 조직 쇄신 착수

본청 감사담당관 교체·감찰라인 직무배제…지휘관 엄정 조치
9월까지 조직문화 혁신 TF 운영…전 직원 실태조사·

소방청, 전국 지휘관 긴급회의 전체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여성 소방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회식·음주 강요와 감찰 요구 묵살 등이 정부 점검에서 사실로 확인된 지 이틀 만에 소방청이 본청 감사담당관 교체와 감찰라인 직무배제 등 조직 쇄신에 착수했다.

소방청은 26일 오전 세종시 소방청 대회의실에서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소방지휘관 긴급회의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부조리한 조직문화 대응 방향과 쇄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소방본부장과 시도 소방본부 감사과장, 소방청 관·국장, 소속기관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소방서장 242명과 시도 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 지역 소방학교장, 119특수구조단장 등 350여 명은 영상회의로 참여했다.

최 직무대행은 회의에서 "유족들의 슬픔과 사회적 공분은 지금 우리 소방을 향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이자 준엄한 질책"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과 강압적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조직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특단의 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앞서 광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사망사건을 조사한 결과 회식·음주 강요, 남성 상사 옆자리 착석 강요, 부적절한 호칭 강요, 사적 노무 지시 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유족 측 감찰 요구가 묵살됐고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가 왜곡·노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은 규정 위반이 확인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해 문책 등 엄정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관리 책임 등이 있는 퇴직자 2명과 추가로 드러난 광산소방서 내 다른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우선 본청 감사담당관을 교체한다. 소방청과 광주소방본부, 광주광산소방서 감찰라인 및 관련자에 대해서는 직무배제 조치를 시작으로 인적 쇄신에 나선다.

앞으로 갑질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즉각적인 직무배제와 승진 제한 등 엄정한 조치를 검토·시행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조사는 중앙과 지방, 내근과 외근, 직무와 직급, 지역과 성별 구분 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현장 하위직 직원과 여성 소방공무원이 겪는 고충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사 결과는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조직문화 개선 대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정기 지표로 활용된다. 소방청은 앞으로 매년 또는 반기별 정기 조사를 추진하고 각 시도 소방본부의 조직문화 개선 수준을 평가할 방침이다.

'직장 내 갑질 및 부조리 집중 제보기간'도 운영한다. 제보자의 익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 제보 플랫폼을 활용한다.

집중 제보기간에는 폭언·폭행뿐 아니라 강압적인 음주와 회식 강요, 직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요구 등 조직 내 고질적 관행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감찰 기능도 강화한다. 소방청은 전국 단위 특별 점검 기간 동안 시도 감찰관 18명을 지원받아 감찰팀을 확대 운영한다. 감사담당관실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소방공무원 6명을 배치해 감사·감찰·조사 과정의 법적 판단과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소방청은 이날부터 9월30일까지 약 3개월간 '조직문화 혁신 TF'를 운영한다. TF는 최 직무대행을 단장으로 하고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부단장으로 둔다. 조직혁신·감찰강화·인사혁신 등 3개 분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청렴·조직 분야 민간 전문가도 참여한다.

조직혁신 분과는 직장 내 갑질과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감찰강화 분과는 제보·감찰 체계의 실효성과 교차 감찰 운영 방안을 검토한다. 인사혁신 분과는 비위 행위자와 관리 책임자에 대한 인사상 조치, 승진 제한, 직무배제 등 책임 강화 방안을 구체화한다.

최 직무대행은 "이번 회의는 단순한 지시나 선언이 아니라 국민 앞에 소방 조직 전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변화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소방청부터 책임 있게 쇄신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점검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날 회의에서 논의한 조직 쇄신 방안이 각 시도 소방본부와 일선 소방서, 119안전센터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단계별 후속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