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뒤에 강북·서남권 표심 있었다…오세훈 5선 승리 비결

'강북전성시대·서남권 대개조' 기대감이 교차투표로 이어져
민주 강세 9개구서 국민의힘 구청장보다 10만표 더 얻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전달 받고 환호 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강남의 승리만은 아니었다."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5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를 두고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몰표'를 꼽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민심이 강한 한강변 지역에서 표가 쏠렸고, 이것이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서울 전체 표심을 들여다보면 이번 승리는 특정 지역의 몰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강북권과 서남권에서 나타난 대규모 교차투표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의 민선8기 핵심 브랜드인 '강북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가 강북·서남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승부 가른 강북권·서남권의 교차투표

14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중랑·성북·강북·노원·은평 등 강북권 5개 구와 강서·구로·금천·관악 등 서남권 4개 구에서 다른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보다 총 10만6125표를 더 얻었다.

오 시장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최종 득표 차(6만259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사실상 승부를 가른 표심이 강북·서남권에서 나온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흐름은 더 뚜렷하다. 중랑구에서 오 시장은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보다 1만4256표, 성북구에서는 1만4811표, 노원구에서는 1만5840표를 더 얻었다. 서남권에서도 강서구 1만5259표, 구로구 8743표, 관악구 2만731표가 추가로 붙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시장 선거만큼은 오 시장을 선택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민선4·5기부터 이어진 강북균형발전의 기억

이는 단순한 정당 구도보다 지역의 오래된 기대와 정책 체감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민선4·5기 시절부터 강남·북 격차 해소를 시정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에 25개 자치구 재산세 공동과세와 강북지역 교부금 추가지원 등을 추진하며 균형발전의 제도적 초석을 마련했다. 단순한 지역 지원을 넘어 강남의 성장 이익을 서울 전체의 발전 동력으로 재배분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특히 강북권의 생활환경과 도시공간을 바꾸기 위한 사업들도 이 시기 이어졌다. 동대문운동장 부지를 디자인플라자(DDP)로 탈바꿈시키는 한편 북서울꿈의숲, 경의선숲길, 서울창포원 등을 조성해 강북 생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우이신설선 추진 역시 이 시기 시작됐다.

반면 오 시장이 시정을 떠나 있던 10년간(2011~2021년) 강북과 서남권은 도시재생 중심 정책에 갇혀 노후 주거지 정비와 산업 인프라 확충이 지체됐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개조 프로젝트 '다시,강북전성시대 2.0'을 본격 가동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이광호 기자
'강북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기대가 만든 교차투표

오 시장은 민선8기 들어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한 '강북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를 추진했다. 단순히 낙후지역을 지원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강북과 서남권의 도시구조 자체를 바꿔 서울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북권에 16조 원을 투입해 교통·산업·주거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강북횡단선 재추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강북횡단 지하도로 건설 등이 대표 사업이다. 창동차량기지 일대를 첨단산업 거점으로 개발하는 S-DBC와 서울아레나, 광운대역세권 개발도 포함됐다.

서남권에도 7조3000억 원을 투자해 G밸리와 마곡, 온수산업단지를 미래 산업거점으로 육성하고 서부선·난곡선, 국회대로 지하화 등을 통해 교통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강남권 개발 과정에서 확보되는 공공기여를 강북·서남권 발전에 재투자하는 '균형발전계정' 신설은 지역 주민들에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정책이 정당 투표와 시장 후보 선택을 분리하는 교차투표로 이어졌고, 오 시장 승리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오세훈 개인 경쟁력과 지역발전 기대가 만든 승리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부동산 표심'이나 '한강벨트 몰표'라는 단일 프레임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강남권의 강한 지지에 더해, 강북과 서남권에서 오 시장 개인과 정책에 대한 기대가 교차투표로 나타났고, 이 흐름이 서울 전체 승부를 결정지기 때문이다.

결국 오 시장의 5선 승리는 강남권의 압도적 지지와 강북·서남권의 교차투표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강벨트의 부동산 표심이 승리의 한 축이었다면, 강북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에 대한 기대감은 또 다른 축이었다는 평가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