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 유출에 열차 탈선·항공유 폭발까지…레디코리아 훈련 가보니[르포]

중대본 가동…25개 기관 범정부 협업체계 점검
항공유 135톤 누출 가정…주민 대피·환경오염 대응

(세종=뉴스1) 한지명 기자 = 화물열차 탈선으로 인해 수송 중이던 항공유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사상자와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복합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0일 오후 2시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한 '레디(READY) 코리아 2차 훈련'이 실시됐다. 레디코리아는 기후위기와 도시 기반시설 노후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범정부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이번 훈련은 최근 집중호우 증가에 따른 사면 붕괴와 철도 사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훈련 장소인 부강역 일대는 연간 70만톤 이상의 위험물이 통과하는 구간으로, 이 가운데 항공유 수송량만 약 12만톤에 달한다.

10일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2차 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화물열차 탈선과 항공유 누출·폭발 상황을 가정한 복합재난 대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6.6.10/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사면 붕괴에 화물열차 탈선…항공유 135톤 누출

"부강역 인근 열차가 탈선했습니다. 유류 누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후 2시 정각. 훈련장 스크린에는 부강역 인근 산비탈에서 토사가 유출되는 상황이 구현됐다. 훈련장 스피커를 통해 사고 상황이 전파되자 현장에 대기하던 소방과 경찰,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고 전날까지 이틀간 누적 강수량 250㎜가 기록되면서 선로 인근 사면이 붕괴했다. 유입된 토사가 경부선을 지나던 항공유 수송 화물열차를 덮치면서 열차 10량 가운데 5량이 탈선했다. 이 가운데 3량은 완파되고 2량은 반파됐다.

파손된 차량에서는 항공유 135톤이 누출됐다. 저지대에 형성된 가연성 증기운은 탈선 차량 하부에서 발생한 점화원으로 인해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 시나리오상 사망 10명, 중상 30명 등 모두 1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가정됐다.

행정안전부는 항공유 폭발 시 직접 피해 반경을 약 180m, 준위험구역은 300m, 완충구역은 500m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 대피와 임시주거시설 운영, 환경오염 방제 등 후속 대응 절차도 함께 훈련에 포함했다.

10일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2차 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토사 유출로 인한 화물열차 탈선 사고를 가정해 부상당한 기관사를 구조하고 있다. 2026.6.10/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중대본 가동…25개 기관 범정부 협업체계 점검

기관사의 신고가 접수되자 119종합상황실은 관계기관에 사고 상황을 전파했다. 행정안전부는 즉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으며, 국토교통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운영하며 사고 수습 체계를 가동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철도공사는 초기대응팀을 투입해 현장 대응에 나섰고, 세종시는 주민 대피와 피해자 지원 절차를 준비했다.

사고 발생 직후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는 "오후 2시경 탈선으로 인한 항공유 누출 및 폭발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10일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2차 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항공유 누출·폭발 사고로 발생한 부상자를 들것으로 이송하고 있다. 2026.6.10/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훈련장 곳곳에서는 기관별 대응이 동시에 진행됐다. 의료진은 현장응급의료소에서 환자를 중증도별로 분류하며 병원 이송 절차를 진행했고, 환경당국은 유류 확산 여부를 분석하며 방제 상황을 확인했다. 철도공사는 열차 운행 통제와 대체 수송 계획, 복구 방안을 보고했다.

경찰은 현장 통제와 교통 관리에 나섰고, 과학수사대는 사고 원인 조사 절차를 확인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토양과 수질 오염 가능성을 살피며 환경 피해 확산에 대비했다.

이날 훈련에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소방청, 경찰청, 한국철도공사 등 25개 기관 500여명이 참여했다. 화학차와 기중기 등 장비 60여대도 동원됐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0일 세종시 부강화물역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2차 훈련'에서 관계기관으로부터 화물열차 탈선 및 항공유 누출·폭발 사고 대응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2026.6.10/뉴스1 ⓒ News1 한지명 기자
안전차관 "예방 최우선…훈련 통해 피해 최소화"

훈련장을 찾은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관계기관으로부터 피해 현황과 대응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본부장은 추가 폭발 위험성과 환자 이송 현황 등을 확인한 뒤 "폭발 위험성에 대비해 구조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며 "소방과 경찰은 안전에 유의하면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철도공사 관계자로부터 열차 운행 통제와 복구 계획을 보고받고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구조·복구 작업을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훈련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훈련은 열차 탈선과 대규모 폭발, 화재, 인명피해가 발생한 복합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이었다"며 "25개 기관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 범정부 대응체계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장비를 동원하고 각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미리 확인하면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여름철 집중호우에 따른 재난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모든 재난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훈련과 교육을 통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