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가림막 벗은 '감사의 정원'…"23개 참전국, 빛으로 기억"
6·25 참전국가 상징하는 23개 돌기둥 하늘로 우뚝
AI 전시·실시간 미디어 통해 전쟁기억과 현재 연결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국전쟁 발발 76주기를 한 달여 앞둔 5월, 광화문광장 한쪽에 '감사의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림막이 걷힌 공간에는 높이 6.25m짜리 돌기둥 23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23개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22개 참전국과의 연대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조성했다. 전쟁의 기억과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새겨 넣은 셈이다.
12일 공개된 '감사의 정원'은 지상 조형물과 지하 전시공간,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상에 설치된 상징조형물 '감사의 빛 23'이다.
높이 6.25m의 조형물 23개가 광장 중앙에 일렬로 들어섰다. 한국전쟁 참전 순서에 따라 미국에서 대한민국까지 남북 방향으로 배치했다.
조형물에는 실제 참전국이 기증한 석재도 사용됐다. 현재 네덜란드·인도·그리스·벨기에·룩셈부르크·노르웨이·독일 등 7개국 석재가 반영됐으며, 미국·호주·스웨덴·태국·터키 등의 석재도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 국제사회 연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밤이 되면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23개 조형물에서 빛이 하늘로 쏘아 올려진다. 서울시는 국경일이나 주요 행사 때 조명 색상과 연출 방식을 달리해 광화문의 새로운 야간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하로 내려서는 순간부터 공간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의 기억과 희생,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미디어 콘텐츠로 풀어냈다.
입구 양쪽 벽면에는 '자유·희생·감사·평화'라는 네 단어가 한국어를 포함한 16개 언어로 새겨져 있다.
이어 왼편에는 가로 16.3m, 높이 4.8m 규모의 대형 LED 스크린 '메모리얼 월'이 관람객을 맞는다. 벽면에는 23개의 삼각형 기둥이 구현돼 있으며, 전시 핵심 콘텐츠인 '블룸 투게더(Bloom Together)'와 '평화의 폭포수' 영상이 번갈아 상영된다.
'블룸 투게더'는 각 참전국의 국화(國花)를 모티브로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평화의 폭포수'는 전쟁의 희생을 추모하는 동시에 오늘의 평화가 누군가의 헌신 위에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메모리얼 월'을 지나면 지름 2m 크기의 구형 LED 스피어 '연결의 창'이 등장한다. 스피어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실시간 영상이 송출된다. 한국전쟁 당시의 국제연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오른편에 자리 잡은 '되살아나는 과거'에서는 AI 기술로 복원한 6·25전쟁 사진들이 움직이는 영상처럼 구현된다.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도 마련했다. '참전용사와의 대화'에서는 실제 참전용사 인터뷰를 기반으로 AI와 질문을 주고받고, '그날의 영웅 되어보기'에서는 참전국 군복을 가상으로 착용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또 '메시지 남기기'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감사와 평화의 메시지를 기록하면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잊지 않을 이야기'는 전쟁의 기억을 오늘의 대한민국과 연결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여정을 보여준다.
감사의 정원은 조성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도 겪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한 차례 제동이 걸렸고, 일부에서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공간 성격에 비춰볼 때 조형물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과 별개로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선명하다. '6·25전쟁은 우리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도움으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기억이다.
특히 전쟁 기억을 특정 세대의 추모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도록 설계한 점은 기존 현충 시설과 다른 대목이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22개 참전국과 함께 완성한 감사의 정원은 이제 단순한 서울의 명소를 넘어 전 세계와 세대를 하나로 잇는 기억과 연결의 장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굳게 새기고 더 나은 세계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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