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맞으며 인증샷"…운항 재개 한강버스 타보니[르포]
가족 단위 탑승객 많아…"안전성‘정시성 강화"
승선신고 QR코드로 자율…어르신 등 사용 어려워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3일 오후 2시, 한강버스 운항이 재개된 지 3일째를 맞은 여의도 선착장. 흰색 선박이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자 대기 중이던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 쪽으로 향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교차했고, 안내 직원은 "번호표 1번부터 30번까지 먼저 들어오세요"라고 외쳤다. 여유 좌석이 남자 대기 줄에서 추가 탑승이 이뤄졌다.
이날 탑승객은 가족 단위와 어르신 승객이 주를 이뤘다. 외국인 관광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한 분씩 이동해 달라", "천천히"라며 안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강버스 탑승 이후에도 구명조끼 착용과 동선 주의가 반복 안내됐다.
승선이 시작되자 창가 좌석부터 금세 찼고, 갑판으로 나온 시민들은 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진수 씨(42·서대문구)는 "아들, 딸한테 좋은 추억 만들어주려고 휴가 내고 왔다"며 "날씨가 추운 게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애들 꽁꽁 싸매고 타니까 움직이는 배 위에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부모님, 오빠와 서울을 찾은 정유리 양(17)은 "타보니까 재밌다"라며 "서울 오면 꼭 타보고 싶어 왔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엔 빠른 걸 잘 못 느꼈는데 갑판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속도가 느껴졌다.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다"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옥수까지 이어진 항로는 잔잔했다. 선박은 공지된 순서를 따라 정시 운항했고, 접안 간격에도 여유가 있었다. 실내 통창 너머로 한강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고,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은 창가에 기대 사진을 남겼다.
이날 선착장마다 가족 단위, 연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손승환 씨(32)는 "주말보다 한산할 줄 알았는데 평일에도 대기 줄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승선신고 절차는 자율이었다. 직원이 새로 승선한 승객들에게 좌석마다 비치된 '한강버스 승선신고' QR코드를 스캔해 신고하도록 안내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한 시민은 거의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는 어려운 절차로 보였다.
'출근용'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도 반응이 엇갈렸다. 정차 시간과 접근성, 배차 간격 등을 이유로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엔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뚝섬역에서 내린다는 이순미 씨(50)는 "유람선 정도로는 괜찮지만 이걸로 출퇴근하기엔 쉽지 않다고 본다"라며 "직접 타보니 정차 시간이 길고, 선착장까지 걸어와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강버스는 지난 9월 29일부터 약 한 달간 안전성 확보와 품질 개선을 위해 무탑승 시범운항을 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버스는 재개 첫 주말(11월 1~2일) 동안 총 6138명이 탑승했다. 토요일 3261명, 일요일 2877명으로 일부 시간대에는 번호표가 조기 마감됐다. 시는 한 달간의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접안 숙련도를 높여 정시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여의도 선착장 라면존과 스타벅스에는 오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창가 자리는 경치를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주말의 인기가 평일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주중·주말 하루 16회 운항한다.
선착장 인근 지하철역(여의나루·옥수·자양·잠실새내)과 마곡·망원·압구정·잠실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운항정보 표시기가 설치돼 실시간 도착시간과 잔여석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지도·카카오맵 등에서도 운항 위치를 조회할 수 있다.
서울시는 "무승객 시범운항을 통해 안전성과 정시성을 강화했다"며 "한강을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만 즐기는 곳이 아닌 모든 시민이 더 가깝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 한강버스의 또 하나의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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