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행정망 30% 여전히 마비…'완전 정상화' 요원

[국정자원 한 달]① 피해 시스템 늘고 복구 목표 수정
주요 행정서비스 먹통…11월 20일까지 정상화 불확실

9월26일 오후 8시20분께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9.27/뉴스1 ⓒ News1 김종서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센터 화재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된 25일 여전히 행정 전산망 30%가 마비 상태에 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4주 복구' 목표는 이미 지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화재 피해가 전산실 전 층으로 확산돼 장비 교체와 데이터 이관이 지연되고 있고, 일부 시스템은 대구센터 이전 계획이 조정되면서 복구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동시에 마비되면서 행정망 관리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피해 '647→709개'로 늘고 복구율 71.7%…혼란 속 한 달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15분께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작업 중 불이 났다. 배터리 폭발로 화재는 전산실 전 층으로 번졌고, 소방당국은 다음 날 오전 6시30분께 초진을 완료했다.

이 사고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다수가 중단되면서 정부는 같은 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피해 규모를 647개 시스템으로 발표했지만, 지난 9일 정부는 행정정보시스템 관리망인 '엔탑스(nTOPS)' 복구 이후 피해 규모를 709개로 정정했다. 사건발생 15일이 다 되도록 피해를 입은 시스템이 몇개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전체 복구 일정도 계속 수정됐다. 정부는 당초 '4주 복구'를 목표로 세워 10월 말까지 정상화를 예고했으나, 전산실 전 층과 인근 장비로 피해가 확산되면서 계획을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대구센터로 이전하려던 일부 시스템을 대전 본원에서 병행 정비하기로 하고, 전체 시스템의 97%를 11월 20일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새 일정을 제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24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장애가 발생한 709개 시스템 중 508개가 정상화돼 복구율은 71.7%다. 1등급 중요 시스템은 40개 중 34개, 2등급은 68개 중 52개가 복구됐다.

9월29일 오전 대구 중구청 종합민원실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부 행정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민원 서비스 마비·G드라이브 전소…행정망 곳곳 '먹통'

화재 직후 정부24, 무인민원발급기,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등 주요 행정정보시스템이 멈췄다. 행정정보시스템은 영향력과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1∼4등급으로 분류되며, 숫자가 작을수록 중요도가 높다.

1등급 핵심 서비스에는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과 통합보훈(국가보훈부),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안전디딤돌(행안부)와 정책브리핑(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포함됐다. 국민신문고와 전자공문서 제출 서비스 '문서24'도 중단돼 일부 지자체가 자체 민원창구를 운영하거나 팩스로 공문서를 주고 받았다.

2등급 시스템에서는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교육부·금융위원회 등 중앙부처 주요 홈페이지가 중단됐고, 법제처의 정부입법시스템 장애로 일부 부처가 법제 업무를 수기로 처리했다. 긴급 구조와 재난 현장 대응에 이용하는 소방청의 '구조·생활 안전활동정보시스템'도 차질을 빚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체국 금융망과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장애로 배송 지연과 장례 일정 혼선이 빚어지는 등 국민 불편도 이어졌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결재와 보고 등에 사용하는 '온나라 문서 2.0' 시스템도 마비됐다.

화재로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있던 공무원 업무용 클라우드 'G드라이브'도 전소됐다. 이로 인해 74개 중앙행정기관 19만여 명의 공무원이 저장해둔 업무자료 약 858테라바이트(TB)가 소실됐다. 대용량 저성능 스토리지 특성상 외부 백업이 이뤄지지 않아 개인 업무자료는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구시점 '10월 말→11월20일'로…"정상화 불확실"

정부가 내세운 11월 복구 계획을 두고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구율이 약 72%까지 올라섰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규모와 시스템 연계 구조를 고려할 때 '100% 복구'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4주 만에 100% 복구한다고 했지만 이미 기한을 넘겼다"며 "백업 시스템까지 같은 층에 있어 함께 불타면서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만큼 완전 복구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자원센터는 배터리를 메인서버와 60㎝ 간격으로 설치해 뒀다"며 "기본적인 안전거리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은 예산 문제가 아니라 관리 체계의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근본 원인을 '재난복구(DR) 체계 부재'에서 찾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재난이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액티브-액티브 이중화로 서비스 재개가 가능하냐가 관건인데, 지금 체계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번 사고는 저가 입찰과 하도급 구조가 불러온 예고된 인재"라며 "정부조달 체계가 원가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낙찰받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어, 기술력 있는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자격 제한과 보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