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약자동행지수' 2년 연속 상승…의료·안전↑(종합)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 철학을 본격화한 지 2년이 지난 4일, 시정 전반의 정책 성과를 수치로 평가하는 '약자동행지수'가 2024년 기준 130.6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정신건강과 고립 청년 지원 분야에서 실질적 개선이 두드러졌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돌봄 공공성도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동체 신뢰를 반영하는 사회통합 영역은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밑돌아 과제로 남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청사에서 '2024 약자동행지수 평가결과' 기자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지수가 130.6으로 첫 평가가 이뤄졌던 2023년(111.0)보다 17.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수는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 영역 50개 세부지표를 기반으로, 서울연구원 분석과 시민·전문가 100인 평가단의 검증을 거쳐 산출된다.

해당 지수는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한 2022년을 기준값(100)으로 삼고,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정책 효과가 개선됐음을, 100보다 낮으면 부진했음을 의미한다.

6대 영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분야는 의료·건강이다. 지수는 지난해 120.1에서 156.5로 크게 뛰었다. 고령화, 정신건강, 치매 등 복합적 건강 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윤민석 서울연구원 박사는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 사례관리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서울시는 광역치매센터와 자치구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서울형 치매 관리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치매환자 사례관리율'은 19.30%에서 20.65%로, '청소년·청년 마음건강 지원 대상'은 1만7331명에서 2만2721명으로 30% 이상 확대됐다. 정신건강 고위험군 등록관리율도 12.85%에서 14.72%로 개선됐다.

정상훈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마음안심버스,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같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정신건강 고위험군 관리나 자살 예방 체계 역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영역도 124.9에서 148.9로 상승했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 발굴·지원은 557명에서 891명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전국 최초의 전담기관인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출범이 체계적 복귀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규모도 2615만명에서 3346만명으로 약 28% 증가했다. 다만 교통약자의 이용 만족도는 소폭 하락해, 정책과 체감 사이의 간극은 과제로 남았다.

생계·돌봄 영역 지수는 127.8로 상승했다. 가족돌봄청년 복지 연계는 122명에서 431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위기 소상공인 발굴·지원은 1021건에서 1346건으로 30% 증가했다.

윤 박사는 "디딤돌소득의 경우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하후상박형' 제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탈수급률 3.8% 증가·근로소득 9.3% 증가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문화 영역도 전년 98.4에서 111.3으로 반등하며 기준선을 처음 돌파했다. '서울런'을 통한 학습역량 강화로 아동 학습점수는 80점에서 82점으로 상승했고, 월평균 사교육비는 34만7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의 문화활동 참여율도 38.2%에서 43.2%로 높아졌으며, '디지털 배움터'와 '동행플라자'를 통한 고령자·장애인의 디지털 역량 향상도 지표 개선에 기여했다.

윤 박사는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여전히 고령층에서 낮지만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는 두 곳의 디지털 동행플라자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접근성 향상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주거 영역 지수는 125.1에서 120.3으로 소폭 하락했다. 주거취약계층 상향 지원은 4969호에서 5468호로 확대됐지만, 침수피해에 따른 한시적 예산 종료로 주거환경 개선 규모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2023년 침수 대응을 위한 추경 예산이 대폭 투입돼 일시적으로 개선 규모가 커졌던 만큼, 이번 수치는 '정상화'된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통합 영역은 97.9에서 95.6으로 하락해 유일하게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다문화 구성원의 사회소속감, 자원봉사 참여율, 기부 경험률 등 시민의 자발적 참여 기반 지표가 하락한 탓이다.

윤 박사는 "사회통합 지표는 서울시 사업성과보다는 시민 인식조사에 따른 결과가 크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단절이 회복되지 않았고, 기부나 봉사도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약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14조7655억 원을 약자동행사업에 편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1조883억 원(8.0%) 늘어난 규모로, 전체 예산 대비 30.7%에 해당한다.

정 실장은 "약자동행지수는 서울시가 누구를 바라보며 정책을 펼치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나침반"이라며 "보이는 지표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책 사각지대를 꼼꼼히 발굴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해당 지수를 매년 정기 업데이트하고,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정책 수요에 맞춰 지표 체계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나 디지털 격차, 새로운 사회 위험군도 추가 반영할 방침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