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풍력발전기 쉴 새 없이 '휙휙'…0.7도 안반데기 덮친 칼바람
21년 만에 가장 이른 한파특보…차박객도 "춥다" 연발
강릉 산간 1도 안팎…아랫마을엔 서리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춥다, 추워"
6일 오전 8시쯤 '구름 위의 땅'이라고 불리는 해발 1100m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일명 '안반데기'라고 불리는 이곳에 도착해 차 문을 열고 발을 내딛자, 시내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날카로운 찬 공기가 얼굴부터 할퀴었다.
햇볕은 이미 산등성이와 고랭지 밭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으나 온기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막이 점퍼를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피부가 냉탕에 들어간 것처럼 얼얼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안반데기가 속한 강릉 왕산면의 아침 최저기온은 0.7도까지 내려갔다.
해발 1100m 고지대인 안반데기에서는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져 더욱 춥게 느껴졌다.
옛 멍에전망대 주변에는 밤을 이곳에서 보낸 차박 족들이 눈에 띄었다. 양털 플리스 차림의 한 방문객은 두 손을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은 채 연신 "춥다"고 말했다.
안반데기의 상징처럼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들도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거대한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자 고랭지 능선을 훑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산비탈을 가득 메운 고랭지 밭은 수확 철을 지나면서 갈색 흙을 드러낸 곳이 많았다. 파란 하늘 아래 풍력발전기와 밭이 펼쳐진 풍경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가을 아침이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공기는 이미 초겨울에 가까웠다.
안반데기는 떡을 칠 때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인 '안반'처럼 넓고 우묵한 지형에서 이름이 유래한 해발 1100m 고산마을이다. 독특한 풍경과 밤하늘의 은하수, 일출을 보기 위해 사계절 방문객이 찾는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일출과 고랭지 풍경을 보기 위해 산을 찾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가운데는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이들도 있었다.
해가 떠오른 뒤라 안반데기에서는 눈에 띄는 서리를 찾기 어려웠지만, 이보다 이른 시각 강릉 구정면에서는 풀과 농작물 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관찰됐다.
가을 한복판인 10월 초에 나타난 이 같은 추위는 이례적으로 이른 한파와 맞물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산간 지역은 강릉 왕산을 비롯해 삽당령 1.2도, 대관령 1.6도 등 아침 기온이 1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전날 오후 9시를 기해 평창 산지와 태백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한파주의보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해제됐으나 이번 한파특보는 관련 전산 데이터베이스(DB)가 체계적으로 구축된 2005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발표된 것이기도 하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강원 내륙과 산지는 전날보다 기온이 5도가량, 일부 산지는 10도가량 떨어졌다.
추위는 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7일에도 일부 강원 내륙과 산지에는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산지에는 얼음이 어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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