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가리는 아파트 안돼"…속초 곳곳 내걸린 '결사반대' 현수막

대포리번영회·동서고속철기념사업회 등 가세…민간으로 반발 확산
주민자치위 "15일 도 건축위 승인 보류해야"…고성은 30년 방치부지 정비 과제

5일 강원 속초지역 곳곳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울산바위 가리는 고성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설악의 심장에 칼을 꽂는 고성원암저수지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산불 위험지역에 아파트가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혔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울산바위 가리는 고성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개천절 연휴가 지나간 6일 오전 강원 속초 도심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수막에 적힌 문구는 조금씩 달랐지만 메시지가 향하는 곳은 같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울산바위 앞에 추진 중인 최고 16층 규모 공동주택 건립사업이다.

대포리번영회는 '경관파괴! 안전불감!'이라는 문구와 함께 '울산바위 가리는 고성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동서고속철기념사업회도 '설악의 심장에 칼을 꽂는 고성원암저수지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세계가 인정한 설악의 경관, 고층 콘크리트 벽이 막친다!' 등의 문구를 내걸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노학동주민자치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에는 '산불 위험지역에 아파트가 웬말이냐', '주민 안전 위협하는 원암저수지 난개발 중단하라'는 문구가 담겼다.

지난달 강원도의원 개인 차원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가 속초시의회의 공식적인 재검토 요구를 거쳐 연휴를 전후해 지역 민간단체와 주민 조직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5일 강원 속초지역 곳곳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울산바위 가리는 고성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설악의 심장에 칼을 꽂는 고성원암저수지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산불 위험지역에 아파트가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혔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논란이 된 사업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 89-2번지 일원 5만 941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2~16층, 8개 동, 759세대 규모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연면적은 17만 5265㎡다.

사업부지는 미시령에서 속초·고성으로 이어지는 설악권 길목으로 원암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울산바위를 마주 보고 있다.

당초 사업자는 8개 동 모두 17층, 950세대로 계획했으나 건축·경관심의 과정 등을 거치면서 동별 높이를 12~16층으로 조정하고 세대수도 191세대 줄였다.

그러나 현재 계획에서도 일부 조망지점에서는 울산바위 하단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게 고성군의 설명이다.

앞서 고성군 관계자는 뉴스1에 "처음에는 8개 동이 모두 17층이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울산바위가 많이 가리는 부분이 있었다"며 "많이 가리는 쪽은 12층까지 낮추는 등 동별로 층수를 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현재 계획에 대해서도 "100% 완전히 보인다거나 밑부분까지 다 보인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상 고성에서 추진되는 사업임에도 인접한 속초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정호 강원도의원(속초)이 울산바위 조망과 설악권 경관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속초시의회도 지난 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동주택 건립계획 재검토를 요구했다.

시의회는 고성군의 행정적 권한과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은 존중한다면서도 울산바위를 "속초와 고성을 비롯한 설악권 주민들이 함께 누려온 자연유산"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건축물 높이와 배치·규모를 다시 살피고 경관 영향 검토 결과를 충분히 공유하는 한편 인접지역 주민 의견을 반영한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악산 울산바위. 기사 이해를 옵기 위한 과거 자료사진(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속초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도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협의회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강원도 건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성명을 통해 "30년 넘게 방치된 옛 콘도부지를 정리해야 한다는 고성군의 사정은 이해한다"며 "이 부지의 개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한 번 들어선 고층 건물은 되돌릴 수 없고 그 결과는 설악권 전체가 떠안게 된다"며 강원도 건축위원회에 사업 승인을 보류하고 울산바위 경관 영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또 미시령 진입로와 원암저수지, 속초 시내 등 주요 조망점별 경관 시뮬레이션과 그동안의 심의 의견, 조건부 의결 사항과 이행 내역을 공개하고 최종 결정에 앞서 속초 등 인접지역 주민과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반면 고성군으로서는 해당 부지를 장기간 방치된 사업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해당 부지는 1990년 콘도미니엄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1993년 공사가 시작됐다가 중단된 뒤 30년 넘게 방치돼 당시 만들어진 지하 구조물 등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앞서 <뉴스1>에 "30년 정도 방치돼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은 아파트 건립이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강원도 건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30년 넘게 방치된 개발부지를 정비해야 한다는 고성의 과제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설악권 경관을 지켜야 한다는 속초지역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정치권과 지방의회를 넘어 민간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오는 15일 강원도 건축위원회 심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강원 속초지역 곳곳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울산바위 가리는 고성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설악의 심장에 칼을 꽂는 고성원암저수지 아파트 개발 결사 반대', '산불 위험지역에 아파트가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혔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