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강간치상' '술 1병'→200만원…검찰 보완수사의 마지막 기록
미성년자 강간치상 사건 강릉지청 마지막 '구속 기소'
속초지청도 고성군의회 의장선거 금품사건 보완수사…10월 2일부터 공소청 전환
- 윤왕근 기자
(강릉·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경찰 단계에서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송치된 사건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미성년자 강간치상 사건으로 바뀌었다. 지방의원에게 건넨 술 한 병에서 시작된 수사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추가 수사를 거치며 현금 200만 원 등이 오간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금품사건으로 확대됐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해 온 검찰청 체제가 10월 2일 막을 내리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강원 동해안에서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가 추가되거나 사건의 실체가 구체화된 사례들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0월 2일부터 공소청법이 시행되고 검찰청법은 폐지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권도 폐지돼 수사와 기소가 제도적으로 분리된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소청 검사는 송치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할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기존처럼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는 방식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춘천지검 강릉지청이 지난 7월 구속기소한 40대 남성 A 씨 사건이다.
강릉지청은 이 사건을 '단순 성매매 송치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치상 범행을 밝혀 직구속 기소한 사례'로 공개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16세였던 B 양을 만난 뒤 차량에 태워 강릉 일대를 돌아다니며 폭행·협박하고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한 뒤 숙박업소에서 성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경찰 단계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A 씨에게 성매매처벌법 위반과 폭행, 특수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지만 강간 혐의는 불송치했다.
피해자의 이의제기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차량 블랙박스 등을 디지털포렌식해 A 씨가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위협하고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한 정황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성폭력 증거채취 자료와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한 검찰은 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지난 7월 A 씨를 구속기소했다.
강릉지청에 따르면 이 사건은 검찰청 체제에서 지청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피의자를 구속기소한 마지막 사례가 됐다.
A 씨 측은 첫 공판에서 협박과 음주 강요, 성관계 등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으로 인한 상해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현재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강릉지청이 경찰 단계의 결론을 추가 수사를 통해 달리 판단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경찰이 자살로 추정해 입건 전 조사 종결 의견을 냈던 80대 남성 사망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직접 보완수사와 과학수사를 벌여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에는 경찰이 수사를 중지했던 이른바 '노쇼 사기' 사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피해금 세탁에 관여한 피의자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에서도 수사기관 간 보완수사를 거치면서 범위가 확대된 사건이 현재 재판 중이다.
고성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전·현직 군의원들의 금품수수 사건이다.
3선 군의원이었던 B 씨는 제9대 고성군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동료 의원 C 씨에게 털모자 1개와 주류 3병, 현금 200만 원 등 금품을 5차례에 걸쳐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에게 금품수수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그 대가로 90만 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사건의 출발점은 주류 한 병이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B 씨가 동료 의원에게 제공한 주류 1병과 관련한 혐의가 포착됐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경찰의 재수사를 거치면서 현금 200만 원 등 추가 금품수수 정황이 확인됐다.
이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면서 일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구체화하고 이들이 수사에 대비해 진술을 맞추거나 현금 수수 명목을 다른 용도로 설명하려 한 정황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B 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44만3000원을 구형했다. B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D 씨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앞서 징역 2년이 구형된 C 씨를 포함한 3명에 대한 1심 선고는 10월 22일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전체 의석이 7석인 고성군의회에서 의원 3명이 같은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뇌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월 2일 이후에는 이 같은 사건 처리 방식도 달라진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절차는 유지되지만 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이나 디지털포렌식 등 수사에 나서는 방식은 사라진다.
강릉과 속초에서 진행된 사건들은 검찰청 체제의 직접 보완수사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막바지 사례로 남게 됐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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