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제주·붉은 울산·상어 뜬 부산…전국 가을 나들이 각양각색(종합)

강원 4대 국립공원 1만7000여명…제주 핑크뮬리·울산 꽃무릇 절정
대구 '뚜비'엔 20분 대기줄…횡성 야간공원 3000명 찾아

2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휴애리 핑크뮬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 2026.9.20 ⓒ 뉴스1 오미란 기자

(전국=뉴스1) 이종재 기자 = 한라산 자락은 분홍색으로 물들었고 울산의 해송 아래에는 붉은 융단이 깔렸다. 강원 명산에는 1만7000명이 넘는 등산객이 몰렸다. 부산에서는 난데없이 나타난 상어 한 마리가 주말 나들이객을 불러 모았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늦더위가 이어진 20일. 달력은 이미 가을로 넘어갔고 시민들은 산과 꽃밭, 축제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는 한라산 자락 아래 펼쳐진 핑크뮬리를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푸른 하늘 아래 분홍빛 핑크뮬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공원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연못과 폭포, 야자수 정원을 지나 한라산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핑크뮬리 군락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가을 핑크뮬리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은 색깔이 달랐다.

20일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꽃무릇(석산)이 활짝 폈다. 2026.9.20 ⓒ 뉴스1 박정현 기자

100년 넘은 해송이 빽빽하게 늘어선 송림 아래로 꽃무릇이 일제히 붉은 꽃을 피웠다. 초록빛 소나무와 선명한 붉은 꽃무릇이 대비를 이루면서 산책로 곳곳에서는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대왕암공원은 입구에서 등대까지 약 600m에 걸쳐 오래된 송림이 이어지는 울산의 대표적인 도심 휴식 공간이다. 이맘때면 공원 초입에서 출렁다리 방향의 소나무숲 아래 꽃무릇 군락이 가을 풍경을 만든다.

가을 산을 찾는 발길은 더 많았다.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설악산·오대산·치악산·태백산 등 강원지역 4대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1만7228명에 달했다.

설악산에만 7931명이 몰렸다. 월정사가 있는 오대산에는 6000명, 치악산에는 2894명, 태백산에는 403명이 각각 찾았다.

20일 오후 대구 수성못 일대에서 열린 '2026 수성못페스티벌'에서 깜짝 등장한 수성구 대표 캐릭터 '뚜비'가 시민과 손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이성덕 기자

산이 아니어도 '가을 주말'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했다.

대구 수성못에서는 수성구 대표 캐릭터 '뚜비'가 나들이객을 붙잡았다. '2026 수성못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이날 수성못 일대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몰렸다.

뚜비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인생네컷 촬영장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초등학생 딸과 촬영장을 찾은 김지영 씨(45)는 "딸이 뚜비를 너무 좋아해 인생네컷을 찍으려고 20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수성못 북쪽과 남쪽을 오가는 12인승 투어버스 정류장에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뚜비 굿즈 판매점에서는 준비한 상품이 매진됐고, 음료를 파는 '뚜비 티 하우스'도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후 3시 대구 북구 기온은 29.5도까지 올랐다. 경산 하양 29.4도, 대구 동구 신암동 29.3도 등 대구·경북 곳곳이 30도에 육박했지만 나들이객들의 발길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20일 상어를 구경하기 위해 부산 북항친수공원에 모인 방문객들 2026.9.20 ⓒ 뉴스1 홍윤 기자

부산에서는 뜻밖의 손님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지난 18일부터 상어가 잇따라 목격되면서 주말을 맞아 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수로 난간을 따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늘어섰고 상어가 수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휴대전화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인근에서는 주차난까지 빚어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목격된 상어를 몸길이 약 3.5m의 무태상어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사흘 동안 목격된 개체가 모두 같은 상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시민들에게 물가 접근을 자제하도록 안내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18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몸길이 약 3~4미터의 무태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18 ⓒ 뉴스1

낮 대신 밤을 택한 나들이객도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강원 횡성군 삼일공원에서 열린 야간관광 프로그램 '별빛행성'에는 어린이와 부모 등 3000여 명이 찾았다.

한동안 주민들의 발길이 뜸했던 공원에 도깨비 이야기를 활용한 미션과 별자리 관측, 전통매듭 만들기와 달고나·인절미 체험 등이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부 체험 행사는 사전 신청 단계에서 일찌감치 마감됐다.

오후 8시부터는 천체망원경 4대를 이용한 별자리 관측도 진행됐다. 사실상 공터처럼 이용되던 도심 공원이 하룻저녁 가족들의 놀이터로 변한 셈이다.

가을 관광객을 붙잡기 위한 지역들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여행경비의 최대 절반을 돌려주는 '고창반띵여행' 하반기 참여자 3720명을 추가 모집한다.

지난 19일 오후 강원 횡성군 횡성읍 삼일공원에서 열린 야간 관광 프로그램 '별빛행성'에 어린이와 학부모 등 3000여 명이 몰렸다.(횡성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22일부터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23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고창을 여행한 관광객이 숙박과 음식, 관광·체험 등에 돈을 쓰고 증빙하면 사용액의 최대 50%를 모바일 고창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앞서 이 사업에는 7500여 명이 참여해 13억 원 넘게 지역에서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김제지평선축제도 가을 가족 관광객을 겨냥해 축제장을 대폭 바꾼다.

기존 농경문화 프로그램에 짚 미로와 짚공차기, 새총 쏘기, ATV 등 체험형 콘텐츠를 더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치! 티니핑' 싱어롱쇼와 포토존도 마련한다.

쌀의 고장답게 아궁이 쌀밥 짓기와 쌀피자, 쌀맥주, 세계 각국의 쌀 요리를 한곳에서 맛보는 공간도 운영한다. 드론으로 짚공을 골대에 넣는 '드론 짚공 스타디움'처럼 전통 농경문화에 첨단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축제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벽골제 일원에서 열린다.

기온은 아직 여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지만 전국의 주말 풍경은 이미 가을이었다.

산을 오르고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공원에서 별을 보고, 때로는 도심 수로에 나타난 상어 한 마리를 보기 위해 줄을 섰다.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국 관광지와 축제장은 한발 먼저 가을 나들이철로 들어서고 있다.

(취재 = 이성덕, 오미란, 박정현, 홍윤, 김재수, 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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