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까지 왜 가속됐나…'강릉 급발진' 사고 현장서 다시 검증한다
4일 비공개 재판서 결정…감정결과 보고서는 10월 말까지
재판 전날 '보완감정서' 제출돼…운전자 브레이크 조작 유족 측 주장 뒷받침
-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2022년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은 할머니와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실제 사고 현장 재현감정과 전자제어장치(ECU) 관련 자료 검증이 이뤄진다.
재판 직전 제출된 보완감정서에는 사고 차량의 1차 추돌에 따른 파손이 이후 가속을 방해하거나 속도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담겨 사고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심영진 부장판사)는 4일 비공개로 진행한 변론준비기일에서 운전자 A 씨(60대·여)와 고 이도현 군 유족이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향후 절차를 정했다.
재판부는 기술적 검증에 필요한 범위를 최소화해 제조사 측에 ECU 사양서 관련 문서 제출을 명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검증이 필요한 ECU 사양서 목차 가운데 구체적인 제출 범위를 특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사고 현장 주행 재현감정은 오는 10월 2일 이전 강릉경찰서의 교통 통제 협조를 받아 실제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지정 감정인은 재현감정 결과를 10월 말까지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기일에 앞서 지난 3일에는 물리학 박사 박 모 감정인의 보완감정서도 재판부에 제출됐다.
그동안 제조사 측은 사고 차량이 모닝 차량과 1차 추돌한 뒤 가속 성능이 떨어진 것은 차량 파손의 영향이라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 역시 차량 파손을 감속 가능성의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그러나 보완감정서에서는 1차 추돌에 따른 손상이 지상 40~70㎝ 높이의 전면 상단부 외장 부위인 보닛과 범퍼 커버, 라디에이터 등에 국한됐고 엔진 블록과 변속기, 서브프레임, 조향·구동계 등 하부 골격에는 손상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감정인은 "라디에이터가 파손되더라도 엔진 내부의 잔여 냉각수와 열용량 때문에 초기 30~40초 동안 출력 저하나 가속 중단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동축 하부 손상이 없었던 만큼 차량은 엔진 출력을 바퀴에 전달하며 약 640m 구간에서 시속 116㎞까지 가속할 수 있었던 상태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고 차량이 동일 차종 가속 실험보다 6초 이상 느리게 주행한 이유를 차량 파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유족 측은 이를 토대로 사고 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가속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기존 주장이 뒷받침됐다고 보고 있다.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 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배수로로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고 A 씨도 크게 다쳤다.
유족 측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차량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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