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혁신도시' 원주에…강릉·속초 "2차 공공기관 이전, 동해안으로"
강원 영동-영서 간 균형발전 차원…'영동권 중심' 목소리↑
- 윤왕근 기자
(강릉·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정부의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강원 동해안에서도 공공기관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속초가 관광 중심의 산업구조를 보완할 14개 기관을 일찌감치 유치 대상으로 제시한 데 이어 강릉은 범시민 추진체계를 구축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강릉에서는 21년 전 제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혁신도시 유치에 나섰다가 원주에 밀려 고배를 마신 기억과 맞물려 이번에는 영동권이 공공기관 이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유치 대상 기관을 먼저 꺼내든 곳은 속초다. 속초시는 지난 2월 관광·해양·환경·안보·복지·체육 등 6개 분야 14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코레일관광개발과 해양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남북하나재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대한체육회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보완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동서고속철과 동해북부선 개통에 따른 교통망 확충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이전 후보지는 속초 역세권 투자선도지구다. 총 5100억 원을 들여 마이스(MICE) 복합타운을 중심으로 업무·주거·교육·문화·의료 기능을 갖춘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달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4일 회의를 열어 유치 대상 기관과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강릉시 공공기관 유치 범시민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속초가 구체적인 기관을 공개하며 선점에 나선 것과 달리 강릉은 자체 발굴 기관을 포함한 후보군을 검토한 뒤 유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관광과 철도 분야 등을 포함해 기존에 검토해 온 10여 개 기관이 기본 유치 대상이다.
강릉이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는 '균형발전'이다.
김중남 시장은 1일 강릉시민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이전의 근본적인 목표는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며 수도권과 가까워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다시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강원도에 온다고 하면 몽땅 다 강릉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강원도 내 영동·영서 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영동권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영동권 균형발전론'은 20여 년 전 제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에도 강릉이 내세웠던 핵심 논리였다.
2005년 강릉은 원주, 춘천 등과 강원 혁신도시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강릉과학산업단지 일원을 후보지로 내세웠고, 지역사회에서는 춘천의 행정기능과 원주의 기업도시, 강릉의 혁신도시를 축으로 강원도를 균형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해 12월 혁신도시 후보지로 원주 반곡동 일원이 선정되면서 강릉의 도전은 무산됐다.
당시 강릉지역에서는 상당한 허탈감과 함께 선정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강릉이 여러 평가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였음에도 수도권 등과의 교통 접근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점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도 컸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수도권과 가까운 영서권보다 상대적으로 발전 여건이 열악한 영동권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특히 원주가 기업도시에 이어 혁신도시까지 품으면서 성장동력이 영서권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원주혁신도시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관광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속초 역시 관광산업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보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동해안의 새로운 성장거점'이라는 방향은 강릉과 맞닿아 있다.
결국 강릉과 속초에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기관 몇 곳을 유치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1차 이전에서 원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원지역 공공기관 배치 구도 속에서 이번에는 동해안에도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유치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다만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배분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각 지자체가 어떤 기관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차별화된 유치 논리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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