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멈춰라" vs "민생 챙긴 것"…'여소야대' 강릉시의회 '충돌'

민주당 "지역구 의원 배제·사전협의 없어"
허병관 의장 "생활민원 수렴 목적"

강릉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24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병관 의장이 독단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2026.8.24/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허병관 의장의 읍면동 순회간담회 추진 등을 두고 "의장 중심의 일방적인 의회 운영"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허 의장이 주민들의 생활민원을 직접 수렴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맞서면서 시의회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강릉시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4일 오후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 의장은 일방적인 의회 운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주문진읍을 시작으로 9월 4일까지 진행되는 허 의장의 '강릉시의회 읍면동 순회간담회' 추진과 관련, 지역구 의원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외에는 간담회 추진 일정을 전달받은 의원이 없다"며 "지역구 의원들이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와 간담회에 참석하는 자생단체장들을 통해 일정을 전해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김중남 강릉시장이 읍면동을 돌며 타운홀미팅을 마친 상황에서 유사한 형태의 간담회를 연이어 진행하는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19명의 시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21개 읍면동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주민 대표"라며 "시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사람이지 의원들의 상급자나 지휘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허 의장이 이날 오전 자신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장은 21개 읍면동 주민을 대표한다"는 취지로 순회간담회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제13대 의회 구성원의 65%가 초선이라는 점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들은 이를 "초선 의원의 역량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의회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종 위원회 위원 추천 과정에서 기존 관례와 달리 의장이 직접 추천한 뒤 상임위원장과 해당 의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의회 위문 방문 역시 일부 의원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 의장에게 지역구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읍면동 순회간담회를 즉각 중단하고, 주요 의회 현안은 의장단 회의를 통한 사전 협의를 거쳐 전체 의원에게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초선과 재선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의원의 동등한 의정활동을 보장할 것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의 권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회 내부의 소통과 협의, 의원 상호 간 존중과 민주적 의사결정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병관 강원 강릉시의회 의장(사진 앞줄 가운데)이 의회 읍면동 순회 간담회 첫날인 4일 주문진읍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강릉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4/뉴스1

허 의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순회간담회는 주민 생활민원을 수렴하기 위한 의정활동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허 의장은 "예산 편성권이 없는 의회 입장에서 시민들이 실제 불편을 겪고 있는 생활민원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보자는 취지"라며 "민원을 취합한 뒤 의장단 회의를 열어 집행부에 전달하고 각 의원에게 지역별 민원을 나눠주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타운홀미팅에서 누락됐을 수 있는 주민 요구까지 받아 집행부에 전달하고,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달라고 요구하려는 것"이라며 "예산 편성 일정상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둘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구 의원을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 의원이나 정당을 통해 민원을 받으면 주민 의견 전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21개 읍면동의 민원을 통합적으로 수렴한 뒤 지역별로 의원들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초선 의원의 역량을 비하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허 의장은 "초선 의원을 무시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초선 의원들이 민원 처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의장으로서 지역별 민원을 받아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거제시의회 위문 방문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매 의회인 거제시의회가 수해를 입어 방문한 것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에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며 "일정이 가능한 의원들과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읍면동 순회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생활민원을 받아 집행부에 전달하고 의원들에게도 공유되면 이번 간담회의 취지를 알게 될 것"이라며 "시민 생활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의정활동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13대 강릉시의회는 국민의힘 10석, 민주당 9석의 '여소야대' 형태다. 민주당 소속의 김중남 시정 출범 이후 김 시장의 '1호 결재'인 민생안정지원금이 의회 단계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의회 내부 운영 방식과 의장 권한을 둘러싼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정례회 과정에서 여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