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 이겨내고 황금빛 결실…철원 '철기50' 첫 벼 베기

오대벼보다 7일 빠른 극조생종…이번 주말 전국 판매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주목…재배면적 214.9㏊로 확대

24일 오전 강원 철원 동송읍 이평리에서 농민이 콤바인을 몰며 신품종 ‘철기50’을 수확하고 있다. 2026.8.24 ⓒ 뉴스1 한귀섭 기자

(철원=뉴스1) 한귀섭 기자 = 24일 오전 10시 강원 철원 동송읍 이평리의 넓은 들녘. 올여름 이어진 폭염과 급격한 기온 변화를 견뎌낸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렇게 익은 벼가 논을 가득 메운 가운데 농장주 김성배 씨(72)가 몰던 콤바인이 벼 사이로 천천히 들어섰다.

콤바인이 논 가장자리를 따라 네모 형태를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빼곡했던 벼가 한 줄씩 베어졌다. 콤바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잘린 볏짚이 일정한 간격으로 가지런히 놓이며 수확의 흔적을 남겼다.

수확한 벼가 콤바인에 가득 차자 논 옆에서 기다리던 농업용 트레일러가 가까이 다가왔다. 콤바인에 실린 벼가 트레일러로 옮겨지자 현장을 지켜보던 인근 농민들과 철원군청 직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수확의 기쁨 뒤에는 올여름 폭염을 견뎌낸 농민들의 안도감도 묻어났다.

24일 오전 강원 철원 동송읍 이평리에서 농민이 콤바인을 몰며 신품종 ‘철기50’을 수확하고 있다. 2026.8.24 ⓒ 뉴스1 한귀섭 기자

농민들은 수확된 벼를 바라보며 "올해 벼가 잘 자란 것 같다"고 감탄했다. 직접 콤바인을 몰아 올해 철원 들녘의 첫 수확을 마친 김 씨도 잘 여문 벼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논에서 거둔 벼는 곧바로 인근 시설로 옮겨졌다. 벼는 도정과 가공·포장 과정을 거쳐 이번 주말쯤 전국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벼 베기는 이평리 일대 5270평(1만 7421㎡) 규모의 논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동일 철원군수도 참석해 농업인들과 올해 첫 수확의 의미를 나눴다.

첫 수확의 주인공은 철원군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신품종 '철기50'이다. 철기50은 오대벼보다 수확 시기가 7일가량 빠른 극조생종으로, 추석 전에 햅쌀을 출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씨는 "철기50은 오대벼보다 수확이 빠르고 생산량과 밥맛도 좋아 철원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품종"이라며 "농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쌀값은 제자리인 만큼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벼 가격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기50은 철원군농업기술센터가 오대벼와 길갱88을 교배해 2023년 개발했다. 고온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데다 외관과 식미가 양호하고 도열병에도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4일 오전 강원 철원 동송읍 이평리에서 진행된 신품종 ‘철기50’을 수확 현장에서 김동일 철원군수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8.24 ⓒ 뉴스1 한귀섭 기자

수확량은 0.1㏊당 547㎏으로 오대벼의 109% 수준이다. 농촌진흥청 신기술확산 분야 평가에서 2025년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소비자 식미평가에서도 2024년 1위와 2025년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철기50은 지역 농협별 특화 브랜드로 출하되고 있다. 조기 햅쌀 브랜드 '순수미작'을 선보이는 철원농협은 9개 농가가 참여하는 3만 평(9만 9173㎡) 규모의 철기50 재배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철원군은 철원 수도작 지속가능 모델 구축사업을 통해 철기50 재배단지를 지난해 133.7㏊에서 올해 214.9㏊로 확대하고 수출용 건조시설도 개선했다. 군은 빠른 수확과 안정적인 생산, 판로 확대를 연계해 철기50을 지역 농업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김동일 철원군수는 "철원은 물과 공기가 좋은 청정지역인 데다 일교차도 커 이곳에서 생산된 쌀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밥이 식어도 식감이 단단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만큼 경쟁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