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항소심…ECU 사양서 목차 제출
양측 의견 청취 후 목차 먼저 제출…관련 자료 범위 추후 판단
사고 차량 주행 상황 감정도 진행…감정인 지정해 장소·방법 협의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지난 2022년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사고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목차가 재판부에 제출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심영진 부장판사)는 13일 운전자 A 씨(60대·여)와 고(故) 이도현 군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제기한 9억 2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 차량의 ECU가 오류를 감지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토크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는지를 확인하려면 관련 사양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조사 측은 ECU 사양서가 방대한 데다 영업비밀이 포함될 수 있어 전체 자료를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양서는 차량 설계 내용을 담은 자료일 뿐 사고 당시 ECU에 실제 오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은 뒤 우선 ECU 사양서의 목차를 제출받아 검토하기로 했다. 목차를 토대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의 범위를 판단한 뒤 필요한 자료의 추가 제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CU 사양서와 관련한 심리는 다음 기일에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고 차량의 주행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감정 절차도 진행된다. 다만 감정 장소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제조사 측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 등에서 감정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하 변호사는 사고 당시 주행 조건을 최대한 재현하려면 실제 사고 현장에서 감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을 별도로 지정해 양측과 구체적인 장소와 방법을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양측 소송대리인도 이에 동의했다.
감정인은 양측과 협의해 감정 장소와 방법을 정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9월 4일 열린다.
고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전자제어 관련 자료를 검증하고 확인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페달 오조작 여부를 넘어 차량의 전자제어 오류가 있었는지를 기술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시점"이라며 "제조사도 비밀 유지라는 명목 뒤에 숨지 말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자료로 입증해 실체적 진실을 함께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가 도로를 이탈해 배수로로 추락했고, 차량에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다.
유족 측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차량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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