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동해바다도 '텅'…피서객은 '동굴' 시민은 '빙상장'으로
해수욕장 누적 방문객 134만명 감소…빙상장·동굴·실내 전시관 발길
- 윤왕근 기자, 한귀섭 기자
(춘천·동해 =뉴스1) 윤왕근 한귀섭 기자 = "지금 바다는 너무 뜨겁잖아요, 빙판은 시원합니다."
4일 오후 찾은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실내빙상장.
실내 온도는 13도 안팎.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여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스케이트 강습에 한창이었고, 부모들은 두꺼운 겉옷을 걸친 채 빙판 가장자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다.
빙상장 관계자는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시원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빙상장을 찾는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의 피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해수욕장으로 향했을 피서객들이 빙상장과 동굴, 실내 전시관 등 냉방시설을 갖춘 이색 피서지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동해안 6개 시·군 해수욕장 누적 방문객은 374만80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9만3672명)보다 134만5610명(26.4%) 감소했다. 당일 방문객도 22만602명으로 전년(51만3566명)보다 57.0% 줄었다.
다만 올해는 해수욕장 개장 초반 장마와 잦은 비로 피서객 유입이 위축된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장마가 끝난 뒤에는 연일 최고체감온도 35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 활동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방문객 감소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강릉이 누적 155만8035명으로 지난해보다 41만3088명(21.0%) 감소했고, 동해도 31만8138명으로 37.2% 줄었다. 삼척은 43만2050명으로 4.7%, 고성은 35만4540명으로 74.2% 감소했다. 특히 강릉과 동해, 고성은 당일 방문객 감소율이 60% 안팎에 달했다.
반면 속초는 누적 방문객이 45만354명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했고, 양양은 63만4945명으로 71.0% 늘어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관광업계에서는 예년처럼 "더울수록 바다를 찾는다"는 공식이 올해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장시간 해변에 머무르기보다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 관광지나 동굴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강원 곳곳의 실내·동굴 관광지에서도 확인된다.
연중 12~14도를 유지하는 동해시 천곡황금박쥐동굴과 삼척 환선굴·대금굴에는 폭염을 피해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강릉 아르떼뮤지엄 등 실내 문화시설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천곡황금박쥐동굴은 폭염이 절정에 이른 8월 들어 방문객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3일까지 8월 방문객은 1만8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79명)보다 1942명(21.9%) 늘었다. 연초 일부 달에서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시기도 있었지만, 1~5월 증가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올해 누적 방문객은 11만56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3896명)보다 1만1718명(11.3%) 증가했다.
최근 천곡황금박쥐동굴을 찾은 권 모 씨(41·경기)는 "동해로 여행을 왔지만 너무 더워 낮에는 해수욕장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풀장이 있는 펜션에서 쉬다가 바다는 해가 진 뒤에만 산책하고, 낮에는 시원한 동굴을 찾았다. 동굴 안은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들도 "모래사장이 너무 뜨거워 오래 있기 어렵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내 관광지를 찾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에는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도 최고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매년 일상이 되면서 여름 관광도 해변 중심에서 실내·야간 체험을 결합한 형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실내 콘텐츠와 체류형 관광상품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동해안 관광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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