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야영 금지' 현수막 앞 캠핑카…폭염 속 대관령 다시 몸살

계도에 캠핑카는 줄었지만 선자령·송림으로 이동…"취사·빨래 여전"
차단시설 피해 도로·숲속까지 점령…폭염과 시민의식 사이

2일 '캠핑 성지' '차박 성지'로 불리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강릉 방면 공터. '차박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 앞에 캠핑카가 주차돼 있다. 2026.8.2/뉴스1 윤왕근 기자

(평창=뉴스1) 윤왕근 기자

"차박·야영·취사·불 피우기 전면 금지."

지난 2일 오후 1시쯤 찾은 해발 830m 대관령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입구에는 '차박·야영·취사·불 피우기 전면 금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그 바로 앞에는 캠핑카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차량 옆에는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고, 일부 차량은 차양막까지 설치한 채 장기 체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근 지자체와 관리기관이 차단시설 설치와 계도 강화로 '차박 성지'를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은 다시 사람들을 대관령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관령 휴게소와 공터는 캠핑카 수십 대가 빼곡히 들어설 정도였다.

대관령 일대 점령한 캠핑카들.2026.8.2/뉴스1 윤왕근 기자

올해는 분명 달라졌다.

주차장 곳곳에는 차박과 야영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대형 구조물과 말뚝, 로프가 설치됐다. 캠핑카가 장기 점유하던 공간 상당수도 물리적으로 차단됐다.

실제로 예년과 비교하면 캠핑카 숫자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퇴출'은 아니었다.

이날 휴게소 주차장에는 여전히 캠핑카와 카라반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 옆에는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고, 일부는 차양막까지 설치한 모습이었다.

한 캠핑카에서는 취사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주변에는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현수막에는 '취사·불 피우기 전면 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현장의 풍경은 달랐다.

2일 선자령 등산로 진입로를 점령한 캠핑카들.2026.8.2/뉴스1 윤왕근 기자

차단시설은 또 다른 풍경도 만들었다.

캠핑카들은 휴게소 주차 공간이 줄어들자 선자령 진입로와 인근 도로변 등으로 하나둘 이동했다.

선자령 입구 도로에는 캠핑카와 승합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일부는 숲속 나무 사이에 노끈을 묶어 해먹과 빨랫줄을 설치해 놓았다.

도로 옆 난간에는 수건과 옷가지가 널려 있었고, 숲속에서는 설거지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자령 진입로를 차지한 캠핑족들이 대관령 송림에 노끈을 묶어 해먹으로 쓰는 모습.2026.8.2/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와 평창군을 잇는 지방도 곳곳 역시 캠핑카가 도로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자령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최 모 씨(33·서울)는 "폭염을 피해 대관령을 찾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도로와 숲을 캠핑카가 차지하고 취사까지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며 "차량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덥게 느껴졌고, 캠핑은 정식 캠핑장에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사람들을 대관령으로 불러들이고 있지만, 더위를 피하려는 마음이 공공장소 무단 점유와 취사, 산림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관령 일대 점령한 차박족들.2026.8.2/뉴스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