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항소심, 국과수 감정 신뢰성 두고 공방
"충분한 검증 없이 추론에 의존"vs "통상적인 감정 절차 따라"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양측 변호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의 신뢰성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심영진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운전자 A 씨(60대·여)와 고(故) 이도현 군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제기한 9억 2000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심 3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이 충분한 검증 없이 추론에 의존했다고 주장한 반면, 제조사 측 변호사는 확보 가능한 자료를 종합한 통상적인 감정 절차에 따른 결과라고 맞섰다. 2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재판에서는 양측이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고 차량을 감정하고 당시 감정서를 작성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B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하 변호사는 국과수가 충분한 검증 없이 차량을 분석해 결론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당시 사고 차량에 대한 로그 데이터, 소프트웨어 결함분석, 정밀 음향 분석시험 등은 실시되지 않았다"며 "실제 재현 시험이나 추가 검증 없이 결론을 도출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조사 측 변호사는 국과수가 EDR, 블랙박스, CCTV, 차량 손상 상태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종합 분석해 감정 절차에 따라 사고 원인을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국과수 직원 B 씨는 "실제 사고 상황을 동일하게 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국과수가 EDR, 블랙박스, CCTV, 차량 손상 상태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종합 분석하는 통상적인 감정 절차에 따라 사고 원인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도 확인됐다. 지난 2022년 해당 사고 후 국과수 주관으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주행 중 N 단에 놓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엔진 회전수가 몇 RPM으로 유지가 되는지에 대해 실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다만 시험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에는 문서제출명령과 관련해 ECU(전자제어장치) 사양서 자료 전체 제출 여부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하 변호사는 "증거 제출을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며 "비밀유지가 필요한 부분은 열람 제한이나 보호명령 등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조사 측 변호사는 "업체의 핵심 기술자료인 만큼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 앞서 준비기일(8월 13일)을 열어 양측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제출 범위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급발진 추정 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가 배수로로 추락했고, 차에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이 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년 6개월 뒤 1심 재판부는 결함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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