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착용했는데 숨졌다…'벨트형 구명장비' 실효성은
의무화 시행 후 동해안서 첫 사망사고…현장선 벨트형 대세
전문가 "편의성·안전성 담보한 제품 개발도 필요"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어선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강원 동해안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어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강릉해양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전 7시 18분쯤 양양군 기사문항 동쪽 약 7.4㎞ 해상에서 4.63톤급 어선 선장인 60대 A 씨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A 씨는 당시 혼자 조업 중이었으며 허리에 착용하는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구명조끼는 입수 후 정상적으로 팽창했다.
다만 구조 당시 A 씨는 팽창한 부력체를 양팔로 감싸 안고, 얼굴 일부가 수면 아래를 향한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해경 관계자는 "벨트형은 허리에서 부력이 발생하다 보니 팽창한 부력체를 팔로 감싸 안는 형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구조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허리형은 부력이 허리에서 발생하다 보니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얼굴이 물속으로 향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명조끼는 상체를 띄워 호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허리형은 이런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작업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구명조끼 본래의 역할인 생존 기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어선 구명조끼 상시 착용 의무화' 이후 강원·경북 동해안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고다.
제도 시행으로 승선 인원과 관계없이 외부 갑판에서 작업하는 모든 어선원은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조끼형보다 허리에 착용하는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3일 강원 고성 공현진 해상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민은 작업 편의성을 이유로 벨트형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물과 통발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조업 특성상 상체 움직임이 자유로운 벨트형이 조끼형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 역시 특정 형태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 고시인 '어선설비기준' 제26조에 따르면 어선에서 사용하는 구명조끼는 일정한 성능 기준을 충족한 형식승인 제품이면 조끼형과 벨트형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동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구명조끼는 부력과 재질, 구조, 내구성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또는 한국선급(KR)의 형식승인을 받아야 국내 유통이 가능하다.
실제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에는 해양수산부 형식승인 시험 합격 표시와 함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형식승인 마크가 부착돼 있다. 일반 조끼형 역시 KC 안전인증 등 관련 인증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은 법적으로 유통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단속 현장에서는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경 관계자는 "외관만으로는 인증 제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인증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하려면 더 많은 권한과 인력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순히 형식승인 여부를 넘어 실제 생존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에서는 구명조끼가 정상적으로 팽창했음에도 구조 당시 착용자의 얼굴 일부가 수면 아래를 향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벨트형 구명조끼를 둘러싼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에서는 50대 낚시객이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를 착용하고도 구명조끼가 팽창하지 않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해경은 벨트형 자체를 위험한 제품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해경 관계자는 "벨트형 역시 국가 형식승인을 통과한 적법한 구명장비"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착용 의무화 이전에는 불편함을 이유로 구명조끼 자체를 입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벨트형 보급 이후 착용률은 크게 높아졌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착용자의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얼굴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등 실제 생존 기능을 담보할 제품을 착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 교수는 "현재는 형식승인 제품이면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인데 앞으로는 실제 생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제도를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작업성이 좋으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새로운 형태의 구명조끼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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