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해 보였는데"…동해안 피서철 익수사고, 한낮 해안가 집중

최근 3년 연안사망사고 66% 물놀이 중 발생…피서객 몰리는 낮 시간대 집중
구명조끼 미착용 사례 잇따라…너울성 파도·급경사 해저지형이 사고 키워

강원 고성 초도해변 실종 고교생 수색 이틀째인 22일 오전 속초해경 경찰관들이 육상수색을 전개하고 있다.(속초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22/뉴스1

(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강원 동해안에서 수난 사망·실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연안 사망사고는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 한낮, 해안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익수사고 상당수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23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관내에서 발생한 연안사고는 모두 330건이다. 이 가운데 82명이 숨졌고, 6~9월 여름 성수기 사고는 213건(64.5%)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사망자는 56명에 달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물놀이 중 숨진 사람이 37명(66%)으로 가장 많았다. 장소별로는 해안가 사망자가 35명(6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간대별로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발생한 사망자가 43명(7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고 당시 이들이 모두 먼바다까지 나간 것은 아니었다.

해수욕과 스노클링은 물론 해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과정, 갯바위를 오가거나 조개를 채취하는 비교적 가벼운 활동 중에도 사고가 반복됐다. 오래 물속에 머물지 않았거나 얕은 수심에 있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익수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강릉 영진해변 익수자 구조 현장.(강릉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 같은 통계는 최근 동해안에서 잇따르는 사고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21일 고성 초도해변에서는 친구들과 농구대회 참가를 위해 고성을 찾은 18세 고등학생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실종돼 해경과 경찰, 소방, 군이 합동 수색을 벌이고 있다.

강릉 영진해변에서는 사진을 찍던 관광객이, 사천진해변에서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던 관광객이 각각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동해 대진항에서는 사륜오토바이를 운행하던 중 바다로 추락해 1명이 숨졌고, 고성 화진포해변에서는 조개를 채취하던 주민이 익수사고로 사망했다.

해수욕장 개장 전부터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동해해경청에 따르면 올해 6월 들어 관내에서는 연안사고 11건이 발생해 4명이 숨졌다. 최근 3년간 해수욕장 개장 전인 6월에는 연안사고 40건이 발생해 4명이 숨졌고, 폐장 이후인 9월에도 연안사고 36건, 사망 9명이 발생했다. 해수욕장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연안사고가 반복되는 셈이다.

해경은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동해안 특유의 해양환경을 꼽는다.

동해안은 먼바다에서 발생한 파도가 해안까지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가 잦고, 해변에서 몇 걸음만 들어가도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급경사 해저지형이 많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예상보다 큰 파도가 덮치거나 발밑이 갑자기 꺼지면서 균형을 잃기 쉽다. 한 번 중심을 잃으면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지난 17일 강원 양양군 하조대해변에서 열린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여름 성수기 대비 연안사고 위험성 재연 및 현장 체험' 행사. 뉴스1 윤왕근 기자

지난 17일 양양 하조대해변에서 열린 동해해경청 연안사고 위험성 재연 행사에서도 이 같은 위험성은 확인됐다.

시연에 참여한 수영선수 출신 동해해경청 항공단 이병주 경장은 "너울성 파도는 사람을 앞으로 미는 힘뿐 아니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도 있다"며 "부력이 없으면 파도 안으로 계속 말려 들어가 떠오르기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며 "구명조끼가 없다면 무리하게 헤엄치기보다 생존수영 자세로 체력을 아끼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통계는 구명조끼의 중요성도 보여준다.

동해해경청이 분석한 지난해 주요 스노클링 사고를 보면 고성 송지호해변(2025년 7월 11일), 강릉 송정해수욕장(7월 21일), 삼척 갈남항(8월 23일)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3건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반면 같은 갈남항에서 발생한 구조 사례(8월 30일)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이용자가 무사히 구조됐다.

김인창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여름철 사고는 대부분 바다를 자주 접하지 않는 관광객들에게서 발생한다"며 "잔잔해 보인다고 안전한 바다가 아니다. 너울성 파도와 급경사 해저지형은 한순간의 방심을 사고로 바꾸는 만큼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기상정보와 출입 통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