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33도 기습 폭염…양산 펴고 손풍기 들어도 "뜨겁다"(종합)
완주 33.2도·홍천 32.1도…도심 물놀이장·냉면집 북적
당분간 30도 이상 무더위…지자체 취약계층 보호 총력
- 이종재 기자
(전국=뉴스1) 이종재 기자 =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더위가 전국을 덮치자 시민들은 도심 속 실내 시설과 물놀이장, 바닷가 등으로 몸을 피해 더위를 식혔다. 각 지자체는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지원책 마련에 나서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기온은 전북 완주 33.2도, 강원 홍천·양구 32.1도, 구미 32도, 춘천 31.8도, 원주 31.7도, 전주 31.6도, 경기 양평·이천 31.5도, 대구·경주 30.4도, 인천 30.2도 등 내륙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30도를 크게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갑작스러운 폭염에 전국 도심의 거리 풍경은 급변했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교정에서는 학생들이 형형색색의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 얼음 음료로 무장한 채 더위를 쫓느라 애를 먹었다.
대학생 김주하 씨(23)는 "햇빛이 덥다 못해 따가울 정도"라며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걸어오는 데 필수품인 양산이랑 선풍기를 다 챙겨 나왔다"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와 강원 곳곳 도심에서도 직장인들이 횡단보도 그늘막 아래 옹기종기 모여 신호를 대기하다가, 신호가 바뀌자마자 에어컨이 가동되는 인근 상가와 카페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구 서구청 앞 버스정류장 주변에서는 시민들이 양산을 쓰거나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더위를 식혔다. 일부 시민은 바닥분수가 있는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더위를 피했고, 인근 카페와 편의점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야외 전통시장은 뙤약볕에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손님이 사라진 상점가에서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하거나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더위를 식혔다.
식당가의 희비도 극명하게 교차해 막국수와 냉면, 소바 등 시원한 음식을 파는 가게 앞은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반면, 뜨거운 국밥이나 탕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대조적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했다. 춘천 대형마트와 노인복지관, 전주 전북대 인터내셔널센터 라운지 등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실내 공간은 피서 겸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로 빈자리 없이 북적였다.
바닷가와 물놀이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졌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강릉 송정해변 솔밭에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돗자리를 펴고 낮잠이나 휴식을 즐기는 주민들이 가득했다.
인천 남동구 남동물빛놀이터에는 형형색색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뛰어놀았고, 부모들은 천막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냉방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는 가혹한 하루였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역 인근 고가철도 밑에는 뙤약볕을 피해 모여든 어르신들이 그늘을 벗 삼아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변 도로는 폭염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그 열기는 그늘까지 덮쳐 어르신들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르신들은 냉수를 마시고 연신 부채질해도 쉽게 땀을 식히지 못했다.
간이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던 이 모 할머니(76)는 꼬깃꼬깃 접힌 5000원권 지폐 한 장을 건네며 취재진에게 아이스크림 심부름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매년 겪는 여름이지만 항상 힘들다"면서도 "에어컨 있는 실내로 갈 수도 있지만, 이곳에 오면 항상 사람이 있어 더워도 나온다"고 털어놨다.
옆에 있던 김 모 할머니(80대)도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롭기만 하다. 덥든 춥든, 이곳에 모여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 이른 더위 공습에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강원도는 행정안전부 폭염 대책비 국비 20억 원을 확보해 도내 18개 시군에 폭염 저감 시설 설치와 예방 물품을 긴급 지원하고, 무더위쉼터 2152곳에 대한 전수점검을 마쳤다.
원주시는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로 살수차 운행을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했으며, 소외계층을 위한 선풍기 지원 등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나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겠고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지속되겠다"며 "특히 인천 등 서쪽 지역은 17일부터 19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29~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니 온열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 = 윤왕근, 신관호, 한귀섭, 양희문, 이시명, 박소영, 문채연, 이성덕 기자)
leej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