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사망' 공기업 중처법 1호 원경환 전 사장, 항소심도 무죄(종합)

'안전감독 업무' 직원 2명도 무죄…"혐의 입증 부족"

3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경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2026.4.3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직원 매몰 사망 사건에 따라 공기업 대표로는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경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1부(이근영 부장판사)는 3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사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광산안전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같은 법정에 선 당시 광업소 직원 박 모·신 모 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법인격인 대한석탄공사의 중대재해법과 광산안전법 위반 혐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원 전 사장과 안전감독 업무를 맡았던 박 씨, 신 씨 등은 2022년 9월 14일 오전 9시 40분께 부장급 광부 A 씨(당시 46세)가 장성광업소 장성갱도 내 675m 지점에서 석탄과 물이 죽처럼 뒤섞인 '죽탄'에 휩쓸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갱내의 출수(出水) 관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약 34시간 만에 구호인력에 의해 갱 밖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검찰은 당시 현장에 분연층(본선과 90도를 이루게 뚫은 별도의 굴)이 없어 출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의 탄폭이 좁아 분연층 설치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근거로 안전관리 개선계획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탄 작업은 갱도 내 배수를 유지하면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좌연층(탄맥의 주된 방향으로 뚫어 석탄을 채굴하는 광갱) 공사로 인해 배수로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그런 점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좌연층에서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당시 출구가 막혔기 때문에 현장조사를 못해 구체적 실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토 의견만으로는 좌연층 갱도에서의 채탄작업이 출수율을 높여 이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이 돼야 하는데 그 부분 입증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춘천지법.(뉴스1 DB)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당시 사고는 작업장 지질 조건이나 수리 조건에 의해 미처 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 전 사장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결심 공판에서 원 전 사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또 대한석탄공사에 벌금 2억 5000만 원, 박 씨, 신 씨에 대해 각각 징역 8개월과 6개월을 구형했다.

원 전 사장 등은 유족에게 사과하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원 전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기관장으로서 부하직원의 목숨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죄스럽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원 전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