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7명 중 3명' 뇌물수수 재판…지방의회 '존폐론'을 다시 생각한다
강원 고성군 현직 군의원 3명 기소…털모자·주류·현금까지
소수 의회 구조가 키운 '의장 로비 의혹' 사건 첫 재판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고성군. 우리나라 동해안 최북단에 위차한 군(郡) 단위 지역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인구는 2만6845명. 이 작은 지역의 주민 대표기관인 고성군의회 의석수는 단 7석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물론 당장 동해안 이웃인 강릉시의회(19석)와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숫자다. 7석 체제에선 1~2명만 포섭해도 의장단 선거는 물론, 주요 안건 처리까지 의정 주도권을 사실상 쥘 수 있다.
의장에 당선되면 차량 배정 등 실질적 혜택이 따르고, 차기 군수 선거를 위한 정치적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어 '매관매직' 유혹이 구조적으로 상존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고성에선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돼 군의원 3명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는 15일 오후 2시 10분 뇌물공여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성군의원 A 씨(65)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동료 의원 B 씨(79),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C 씨(54)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이날 재판은 본격 심리에 앞서 증거와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
검찰에 따르면 3선 군의원인 A 씨는 지난해 하반기 군의회 의장에 당선되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B 씨에게 털모자 1개, 주류 3병, 현금 200만 원 등 5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시기 C 씨에게도 시가 미상의 주류 1병을 건넨 혐의도 있다.
수사 과정에선 A 씨가 B 씨에게 금품 수수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그 대가로 90만 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은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선 주류 1병 제공 혐의만 포착돼 A 씨만 불구속 송치됐고, B 씨와 C 씨는 '금품 수수 의사 없음'을 이유로 불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의 두 차례 보완수사 요구로 경찰이 압수수색 등 재수사에 나서면서 현금 200만 원 수수 정황 등이 추가로 확인됐고, A 씨는 구속 송치, B·C 씨도 함께 송치됐다.
검찰은 이후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B 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규명했고, B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200만 원 수수 사실을 자백해 구속기소 됐다. C 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물증과 진술을 토대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에 대비해 진술을 맞추고, 현금 수수 명목을 '아내 치료비', '해외연수비', '주거 인테리어비' 등으로 꾸며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B 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제와 무관한 진료기록부를 제출했고,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며 교체했지만 이 역시 A 씨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의장 선거에서 과반 확보만으로 당선이 가능한 소규모 지방의회 구조에서 금품을 통한 매표 시도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점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은 오는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준비 중인 입지자들에게 지방의회 청렴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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