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랑호 부교 철거예산 전액 삭감…"일방 추진" vs "시민 외면"(종합)

관련 예산 7억 원 19일 예결특위서 삭감
시 "법원 판결 이행할 것, 추경 등 검토"

강원 속초 영랑호수윗길.(뉴스1 DB) ⓒ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시가 2025년 본예산안에 편성한 영랑호 부교(영랑호수윗길) 철거 예산 7억 원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가 "소통 없는 일방 추진"이라며 제동을 걸자, 환경단체는 "시민 안전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 집행부 또한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겠다"며 철거 의지를 꺾지 않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속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9일 제349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철거공사비 6억6000만 원과 실시설계비 4000만 원이 포함된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다. 예결특위는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고, 시의회 의장(민주당)은 규정상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예결특위 위원인 정인교 시의원은 "집행부가 사전 소통이나 공론화 없이 예산을 일방적으로 편성했다"며 "지난 4년간 환경영향 평가도 사실상 없었고,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전무했다"고 삭감 이유를 밝혔다.

반면, 철거를 촉구해 온 환경단체는 예산 삭감 직후 성명을 통해 "법원 판결과 시민 안전을 부정하는 결정"이라며 시의회를 강력히 규탄했다.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법원의 철거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라며 "지방의회가 법치행정을 거부하고, 시민 안전까지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본회의 직전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삭감이 확정되자 항의하면서 잠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속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린 19일 오전 속초지역 환경단체가 회의장 앞에서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9/뉴스1

영랑호 부교는 2021년 김철수 전 시장(민주당) 재임 당시 약 26억 원을 들여 설치됐다. 이후 환경단체가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주민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은 철거 판결을 내렸다. 다만 해당 판결에 강제력은 없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속초시는 철거 준비에 착수했으나, 민주당 일부 시의원은 이를 전임 시장 업적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행위라며 반발해 왔다. 실제 민주당 소속 신선익 시의원은 지난달 28일 본회의 7분 발언에서 "철거 예산은 정적 말살 예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에 대해 "예산 편성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편성 전부터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환경단체는 "부교는 애초부터 불법 시설물로, 설치 전후 생태영향 검토도 미흡했고, 최근에는 난간 고정 불량, 전선 노출, 화재 발생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확인됐다"며 "법원의 판단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예산 전액 삭감으로 시의 부교 철거 계획은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는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법원 판결이 난 사항인 만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추진하겠다"며 "필요한 예산을 추경 등 다른 방식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