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바다 지키는 사람들…'연안 안전지킴이' 아시나요

연안 특성 잘 아는 주민 선발해 해경 안전관리 보조
동해 한섬해변엔 함미영·최예봄씨…"내년에도 도전"

강원 동해 한섬해변 연안안전지킴이 최예봄 씨(사진 오른쪽)와 함미영 씨(사진 왼쪽)가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뉴스1

(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추석 연휴 귀성길과 여행으로 분주한 동안에도 묵묵히 고향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피서철은 끝났지만 "바다는 언제나 위험하다"며 해변 곳곳을 살피는 이들, 바로 해양경찰이 운영하는 '연안 안전지킴이'다.

해양경찰청은 2019년 자원 봉사형 연안 순찰을 시작으로 2021년 '연안 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연안 안전지킴이'를 정식 제도로 확대했다. 해경은 연안 특성을 잘 아는 주민을 선발해 순찰·계도·시설물 점검·구조 지원 등 해경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현장을 보완토록 하고 있다.

강원 동해 한섬해변에선 올해도 2명의 여성 '지킴이'가 바다를 지키고 있다. 함미영 씨(61·여)와 최예봄 씨(30·여)가 그들이다. 대부분 중장년 남성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이색 조합이다.

한섬해변은 공식 지정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노클링 명소, 갯바위 포토 스팟으로 알려져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섬해변처럼 구조대나 상시 감시 인력이 없는 '비지정' 해변에선 작은 부주의가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지킴이들은 물때와 파도 세기를 살피고, 위험 구역 진입을 막으며, 구조 장비를 점검한다.

강원 동해시 한섬해변 연안안전지킴이 최예봄 씨(사진 왼쪽)와 함미영 씨(오른쪽)가 해변 테트라포드에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뉴스1

함 씨는 "파도가 높던 어느 날 어린아이와 보호자가 바다에 들어가려는 걸 말렸지만 끝내 들어갔다. 결국 아이가 파도에 휩쓸려 넘어졌다"며 "다행히 보호자가 바로 구했지만 정말 아찔했다. 그 순간 바다엔 반드시 지켜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좋아하는 바다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킴이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내 고향 바다에서 누군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갯바위에서 다이빙을 반복하던 초등학생들을 계도했는데, 며칠 뒤 그 아이들이 사탕을 들고 와 '고마웠다'고 인사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킴이들의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동해해경 관할 연안 사고는 2023년 44건에서 올해 14건으로 68% 감소했다. 현재 동해해경은 동해 한섬해변, 하평해변, 삼척 덕산해변, 갈남항 등 위험 구역에 10명의 지킴이를 배치해 이달 말까지 근무토록 운영 중이다.

지킴이들은 "같은 해변이라도 어디가 얕고, 갑자기 깊어지는지 주민들은 잘 안다"며 "그 경험이 계도할 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 씨 등 두 여성 지킴이는 내년에도 지킴이 활동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이들은 "우리 말 한마디, 관찰 한 번이 단 한 사람, 단 1건의 사고를 막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지킴이 활동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