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영월 살인사건…60대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혀(종합)

"저 같은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돼"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풀려난 A 씨(60대)가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2025.9.16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이은혜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0)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무기징역)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샌들 족적의 총 5번 진행됐는데 그중 2번의 감정결과는 다른 3번의 감정 결과와는 달리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 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은 발견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마다 체중이나 발의 크기가 다르고 신발을 신고 서 있는 자세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신발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신발을 신은 사람에 따라 채취된 족적의 원인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 씨는 이사건 범행 현장에 있었던 범인으로 특정해 식별할 수 있는 자료로서 지문이나 DNA 감정 결과 등과 같은 다른 보강 자료가 없이 오로지 족적 동일성 여부에 관한 감정결과만 있다"며 "신발 족적 동일성 여부에 관한 감정 결과만으로는 A 씨가 이사건 범행 현장에 있었던 범인으로 특정해 식별하기에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풀려난 A 씨(60대)가 가족들과 법정을 떠나고 있다.2025.9.16 한귀섭 기자

또 "범행 현장 등에서 A 씨의 지문이나 머리카락, DNA 등이 전혀 확보되지 못했다. 이 사건 샌들에서도 혈흔이 검출되지 않은 점, 범행을 하기에 시간이 촉박해 보이는 점, 범행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점 등과 같이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공소 사실을 간접사실을 여러 정황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이 끝나기 전 이은혜 부장판사는 "저희 재판부가 상당히 오랜 기가 이 사건에 대해 열심히 검토했다"며 "실체의 진실은 저희 재판부로서도 확신할 수 없다. 아마도 그건 A 씨 본인만 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숙고해서 오랜 기간 숙고하면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판결을 내렸지만 이 판결이 실체의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저희 재판부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저희는 형소법에서 부여된 증명 법치와 사실인정에 관한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서 성실하게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 씨는 십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수사 등으로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사건 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 C 씨가 B 씨와 사귀는 등 치정 문제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춘천지법.(뉴스1 DB)

반면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사건 당시 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범행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며 '사건 발생 시간대엔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등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남겨진 동일 신발에 의한 다수 족적과 피해자 혈흔의 각각 위치, 형태, 순서 등 복합적 분석에 의해 족적을 남긴 사람이 살인범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당시 신은 샌들은 범행 현장 족적과 일치한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 씨는 아들이 가져온 옷을 입고 법정을 빠져나왔다. 곧이어 A 씨는 가족들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법정 앞에서 기자와 만나 “앞으로도 저 같은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금까지 사건 초기부터 수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경찰, 검찰의 수사에 응했는데 1심에서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살인자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진짜 앞으로는 그 누구도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대법원으로 재판이 가게 되면) 진실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