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영월 살인사건 60대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혀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이은혜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0)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무기징역)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샌들 족적 감정이 총 5번 진행됐는데 그 중 2번의 감정결과는 다른 3번의 감정 결과와는 달리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 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은 발견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마다 체중이나 발의 크기가 다르고 신발을 신고 서 있는 자세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신발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신발을 신은 사람에 따라 채취된 족적의 원인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 씨는 이사건 범행 현장에 있었던 범인으로 특정해 식별할 수 있는 자료로서 지문이나 DNA 감정 결과 등과 같은 다른 보강 자료가 없이 오로지 족적 동일성 여부에 관한 감정결과만 있다"며 "신발 족적 동일성 여부에 관한 감정 결과만으로는 A 씨가 이사건 범행 현장에 있었던 범인으로 특정해 식별하기에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 현장 등에서 A 씨의 지문이나 머리카락, DNA 등이 전혀 확보되지 못했다. 이 사건 샌들에서도 혈흔이 검출되지 않은 점, 범행을 하기에 시간이 촉박해 보이는 점, 범행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점 등과 같이 이 사건의 경우에는 여러 정황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이 끝나기 전 이은혜 부장판사는 "저희 재판부가 상당히 오랜 기간 이 사건에 대해 열심히 검토했다"며 "실체적 진실은 저희 재판부로서도 확신할 수 없다. 아마도 그건 A 씨 본인만 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심사숙고해서 오랜 기간 숙고하면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판결을 내렸지만 이 판결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저희 재판부가 알수 없다"면서도 "다만 저희는 형소법에서 부여된 증명 법치와 사실인정에 관한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서 성실하게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 씨는 십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수사 등으로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사건 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 C 씨가 B 씨와 사귀는 등 치정 문제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반면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사건 당시 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범행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며 '사건 발생 시간대엔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등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남겨진 동일 신발에 의한 다수 족적과 피해자 혈흔의 각각 위치, 형태, 순서 등 복합적 분석에 의해 족적을 남긴 사람이 살인범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당시 신은 샌들은 범행 현장 족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잔혹한 살인 수법, 계획적 범행으로 의심되는 정황 등은 치정과 같이 강한 원한이 수반된 범행동기를 암시한다"며 "피고인의 알리바이는 디지털카메라 설정값 변경으로 촬영일시 조작이 가능하고, 추정 범행 시각 전후 피고인이 계곡을 벗어난 지역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기지국 통신내역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춰 온전히 믿기 어렵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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