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문닫고, 식수는 생수병…강릉 최악 가뭄에 용수공급 차질 심각

오봉저수지 저수율 17.7% 역대 최저 기록
김진태 지사, 오봉저수지 방문 대책 등 점검

24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와 일대 하천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강릉=뉴스1) 이종재 기자 = 강원 강릉시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4일 17.7%까지 떨어지는 등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생활용수·농업용수 공급 차질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7.7%로, 평년(69.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인다. 이 상태라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간은 20여일에 불과하다.

가뭄 장기화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자 강릉시는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데다 여름 휴가철 관광객까지 많이 늘어나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 하락세를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에서 강릉시는 향후 저수율이 15% 내려갈 경우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추가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세대별 계량기 75%가 잠기고, 농업용수 공급은 전면 중단된다.

김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30년 넘게 강릉에 살았지만 올해 같은 극심한 가뭄은 처음"이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중장기 수자원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수영장 입구에 물 부족으로 인한 무기한 임시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5.7.1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역 곳곳에선 생활 불편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역 내 공공수영장 3곳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운영을 멈췄고, 도심 공중화장실은 주중 절반가량 문을 닫고 있다.

식당에선 정수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500mL 생수를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강릉 곳곳 식당 냉장고에는 손님상에 나갈 생수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식당 관계자는 "설거지나 조리에 물을 안 쓸 수는 없으니, 식수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강릉지역의 역대 최악의 가뭄을 걱정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비가 좀 와야 할 텐데 큰일이다', '강릉에 비가 내리기를 다 같이 빌어보자',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심각한 곳도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행정기관의 늑장 대처에 대해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은 물 아껴 쓴다고 욕조에 받아쓰고 하는데, 관광객은 늘고…강릉시가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시민들은 물 아껴 써야 해서 너무 힘들다", "관광객이 현지인 더 힘들게 하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릉 오봉저수지 방문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강원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한편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오후 오봉저수지를 찾아 가뭄 대응 상황과 대책 등을 점검했다.

김진태 지사는 "예비비 25억 원을 투입해 인접 시군의 긴급 급수 지원을 위한 급수차 임차료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평창, 동해, 양양에서 하루 1200톤을 공급할 예정인데, 인접 시군을 확대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관리기금 3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오봉저수지 취수구에 양수펌프를 설치, 평소 활용이 불가능했던 물까지 끌어올려 생활용수로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