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단비를"…가뭄에 애타는 지역단체 대관령서 기우제까지

강릉단오제보존회 23일 오전 10시 봉행 예정
저수율 10%대로 뚝…최악 땐 계량기 75% 잠가야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메마르고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 오봉저수지.(뉴스1 DB)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대관령 산신이여, 강릉에 단비를 내려주소서."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생활용수 위기를 겪고 있는 강원 강릉의 사회단체들이 나서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강릉단오제보존회는 23일 오전 10시 성산면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산신당에서 기우제를 봉행한다.

기우제(祈雨祭)는 말 그대로 허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제사다. 단오제보존회는 이날 대관령 산신에게 마른 강릉 땅에 단비를 내려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를 염원한다.

이날 기우제에는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이 초헌관으로, 최종원 강릉시이통장연합회장이 아헌관, 심오섭 보존회 전승교육사가 종헌관으로 참여한다. 제례 후에는 빈순애 보존회장이 무녀로 나서 비를 기원하는 용왕굿을 펼친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강릉지역엔 '비 다운 비' 소식이 전무한 상황. 그럼에도 지역 사회단체까지 나서 이처럼 다소 주술적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강릉의 가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강릉시의 상수원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졌다. 생활용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9%에 그쳐, 역대 최저치였던 2000년 26%보다도 7%p 낮은 수준이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세대별 계량기를 최대 50% 잠그는 '제한급수' 조치에 들어갔으나, 이틀째 진행률은 46%에 머물렀다. 물 절약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같은 날 생활용수 사용량은 평소보다 1000㎥ 남짓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저수율이 다음 주 15% 아래로 내려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초강력 조치가 불가피하다.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된다. 시는 긴급대책으로 오봉저수지 상류에서 도마2보까지 2.7㎞ 구간의 하상을 굴삭기로 정비해 하천수가 저수지로 원활히 유입되도록 하고 있다.

보존회 관계자는 "20만 강릉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모아 비를 부르는 제사를 지낸다"며 "이번 기우제가 하늘에 닿아 단비가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