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알아요" '물 절약' 홍보영상 만든 강릉시 주무관

가뭄에 ‘비상’…김철규 주무관, 어린이들과 자발적 캠페인 제작

지난 3일 강릉시 홍제정수장에서 지역 어린이집 원아들과 물 절약 홍보영상을 제작 중인 강릉시 상수도과 김철규 주무관.(어린이집 관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9/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 주요 상수원이 바닥을 드러내며 지자체가 연일 비상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한 시청 직원이 자발적으로 물 절약 홍보영상을 제작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강릉시청 상수도과 김철규 주무관. 그는 “매년 이맘때면 지역에서 식수난이 반복되는데도, 시민들이 이를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김 주무관은 “민원인이나 지인들에게 ‘물을 아껴야 한다’고 이야기해도 ‘비 오면 해결되는 거 아니냐’, ‘요금 내고 쓰는 건데 왜 그러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마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출·퇴근길 거리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지만, 김 주무관은 ‘시민 눈높이에 맞춘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렌드에 맞춰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들을 캠페인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메시지 전달 효과가 클 것으로 봤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물 절약에 대한 의식이 높다”며 “‘아이들도 아는 물 절약, 어른들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윗선에 보고했고, 가뭄 대응에 고심하던 상하수도사업소장과 상수도과장, 수도행정팀장도 그의 계획을 지지하며 독려했다.

김철규 주무관이 기획한 물 절약 캠페인 영상을 촬영 중인 강릉지역 어린이집 원아들.(어린이집 관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9/뉴스1)

이후 김 주무관은 평소 알고 지내던 강릉시 어린이집연합회 김미심 회장을 직접 찾아가 캠페인 참여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가뭄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했고, 아이들을 통한 시민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돕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영상은 지난 3일 오전, 강릉 홍제정수장에서 촬영됐다. 물방울 캐릭터로 분장한 아이들이 등장해 생활 속 물 절약 실천법을 소개하고, '물은 모두의 생명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상 제작은 지역 영상제작팀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김 주무관은 “비가 온다고 가뭄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과 습관이 바뀌어야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캠페인 영상은 현재 강릉시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 중이다.

한편, 강릉시는 올해 들어 지속된 가뭄으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8일 기준,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35%로, 평년(69%)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강릉시 홍제정수장에서 지역 어린이집 원아들과 물 절약 홍보영상을 제작 중인 강릉시 상수도과 김철규 주무관.(어린이집 관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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