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화제작 '백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해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스토리
극지방에서 해가 뜨기 전이나 해 진 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 백야.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서정적인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히 되씹게 된다.
칠흑같은 밤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 박명은 희망의 상징일까, 아니면 휴식의 시간에조차 다리 뻗고 누울 수 없는 이들이 체감하는 절망의 상징인가?
모호한 제목만큼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는 모호하다.
영화는 어두운 밤 황량한 도로변에서 이뤄지는 두 남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이별을 확인하는 절차다. 영원히 한국을 떠날 결심을 한 원규는 옛연인과 헤어지고 유예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태준을 만난다.
외국항공사 승무원 원규와 퀵서비스 배달을 하며 도로에 살아가는 태준. 그들의 집은 황량한 거리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이 나라는 정착을 허락치 않는다. 이들의 사랑은 화장실과 도로, 공원, 옥상 황량한 벌판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은 가능한가?
경멸과 갈망, 좌절과 희망이 모호하게 뒤섞인 영화 '백야'.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하고 애잔하면서도 독한 여운이 오래 남을 수 밖에 없다.
'백야'는 이송희일 감독 작품이다. 그는 벤쿠버 영화제 등에 진출한 '슈가힐'(2000), '굿로맨스'(2001), 옴니버스 영화 '동백꽃(2004)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지난 2009년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2009'에도 참여한바 있다.
[도움말=영화평론가 김진]
wg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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