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아 전주책쾌 기획자 "반짝 흥행보다 오래 읽히는 축제 돼야"

[북페어 성지 전북, 흥행 이면의 딜레마]① 잘나가는 전주책쾌의 역설
"이틀의 축제 넘어 동네 서점·독자 연결하는 민관 거버넌스 절실"

편집자주 ...'전주책쾌'와 '군산 북페어'는 민간 주도 기획이 일궈낸 대체 불가한 문화 자산이다. 그러나 무대 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흥행을 이끄는 기획자들은 예산 불안정에 시달리고, 거점이 되어야 할 지자체는 낡은 인식에 머물러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흥행 이면의 딜레마를 조명하고,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자생적 책 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임주아 전주책쾌 총괄기획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보다 스테디셀러로 남는 게 더 어렵잖아요. 전주책쾌도 오래 읽히는 축제처럼 자기 이유와 색깔을 지키며 계속 가고 싶어요.

올해로 4회차를 맞은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한 팀은 500여 곳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00여 곳이나 증가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전주책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축제를 이끄는 임주아 전주책쾌 총괄기획자는 이 같은 행사의 성공 요인으로 창작자를 향한 '환대'와 전주만의 '고유성'을 꼽았다. 하지만 기획자로서 현장에서 마주한 뼈아픈 현실과 한계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은 전주책쾌가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7월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사진제공 오문석)
책쾌(창작자)를 주인공으로…남부시장에서 피어난 '옛 지금'

전주책쾌의 중심에는 항상 '책을 만든 사람'이 있다. 임 기획자는 "참가자를 단순한 셀러가 아닌 오늘의 '책쾌'이자 축제의 주인공으로 대한다"며 "책쾌 전용 쉼터를 비롯한 기본적인 편의와 다양한 홍보를 통해 책을 만든 사람과 보러 온 사람이 충분히 머물고 잘 만날 수 있도록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 환대"라고 설명했다.

행사 장소인 전주 남부시장의 공간적 특성도 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남부시장은 조선 후기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로, 과거 책을 만들고 팔던 서점 '서포'들이 자리했던 역사적 뿌리가 있는 곳이다.

지난 2024년 남부시장 옛 원예공판장 2층에 들어선 문화공판장 작당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서브컬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전시·행사 공간, 전시실, 문화교육장, 야외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올해는 1층에 새롭게 개관한 문화공간 '모이장'이 들어서면서 전주책쾌가 활용하는 공간도 넓어졌다.

그는 "올해는 1층 모이장으로 장소를 넓혀 130팀 규모로 북페어를 열었다. 2층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94팀의 전국 창작자들이 책을 판매하고, 1층 모이장에서는 36팀의 전국 서점들의 장터를 만들었다"며 "단순히 공간을 넓힌 게 아니라 책쾌와 서포가 서로를 완성했던 옛 관계를 오늘의 서점과 독립출판으로 다시 펼쳐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옛것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성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옛 지금'이 전주책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말"이라고 덧붙였다.

제4회 전주책쾌 포스터.
외연 확장의 이면…"가장 큰 딜레마는 예산의 불확실성"

독립출판 북페어의 복사 붙여넣기를 경계하며 내실을 다져왔지만, 축제의 덩치가 커질수록 기획자가 체감하는 장벽은 높았다. 임 기획자가 꼽은 가장 큰 딜레마는 '예산의 불확실성'이다.

그는 "전주책쾌는 2023년 전주시에서 민간에 제안해 시작한 북페어"라며 "그러나 본예산이 따로 잡혀 있지 않아 매년 외부 사업이나 별도의 재원을 연결해 왔다. 3회 행사를 준비할 때는 전년도 1억5000만 원이었던 예산이 5000만 원으로 줄어 모든 구성원이 무력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4회째인 올해에도 그 이상으로 예산이 세워지지 않아 기획자들이 외부 협력사업을 통해 7000만 원을 추가로 만들면서 시행착오 확장판을 겪었다"고 말했다.

예산은 단순히 행사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제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과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다음 해로 이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임 기획자는 "예산이 흔들리면 사람과 노하우도 흔들린다"며 "지역 청년들에게 단순히 남아달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다음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 구조는 지역에서 다음 세대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4회 전주책쾌 현장. 올해 전주책쾌는 지난 7월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사진제공 오문석)
"이틀의 축제를 넘어 1년의 책 문화로"
"책의 도시 전주에서 북페어를 한다는 건 도시 정책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한국 출판생태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헤엄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축제를 단발성 행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페어의 경우 양상이 다르다. 도시 관광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기를 더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책을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무엇보다 전주의 완판본 역사를 오늘의 독립출판 문화와 연결해 다시 살려낸다는 점에서 전주책쾌는 단발성 행사로만 볼 수 없다.

임 기획자는 북페어의 전국적인 흥행이 곧 건강한 지역의 책 생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북페어에 만 명이 오는 것과 지역에 건강한 책 생태계가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행사 이틀 동안의 에너지가 지역의 서점과 출판사, 창작자에게 어떻게 계속 이어질지가 다음 과제다. 열기가 행사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북페어가 동네 서점과 독자를 다시 연결하는 입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북페어만의 가치에 대해서는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책 문화와 관광 자산을 북페어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형 도서전이 규모의 힘을 가졌다면, 지역 북페어는 책을 통해 하나의 도시를 읽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했다.

임 기획자는 "바깥에서는 전북의 북페어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지역에서는 매년 예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전주책쾌가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버넌스의 한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반짝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오래 읽히는 스테디셀러 같은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