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구조 신호'에 늘어난 미생물…"진딧물 방제 소재 활용 기대"

농진청, 고추 뿌리 주변서 진딧물 억제·기피 효과 미생물 발굴
'텔루리아 100-57A' 처리 시 진딧물 증가율 40% 감소

농촌진흥청 전경(농촌진흥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농촌진흥청이 고추에 발생하는 복숭아혹진딧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기피 효과를 내는 유용 미생물을 찾아냈다.

농진청은 고추가 복숭아혹진딧물의 공격을 받을 때 뿌리 주변에서 증가하는 미생물을 추적해 진딧물 증식 억제와 기피에 효과가 있는 '텔루리아 100-57A' 균주를 발굴했다고 25일 밝혔다.

복숭아혹진딧물은 고추의 즙액을 빨아 생육을 떨어뜨리고 여러 식물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해충이다. 번식 속도가 빠르고 약제 저항성이 쉽게 생겨 화학농약에만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제 기술이 필요하다.

식물은 병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 뿌리 주변에 늘어나도록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를 '크라이 포 헬프(Cry for Help)' 현상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착안해 국내 9개 고추 재배지에서 채취한 흙에 고추를 심고 복숭아혹진딧물을 접종한 뒤 뿌리 주변 미생물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진딧물이 발생한 고추 뿌리 주변에서 텔루리아(Telluria), 라이조비움(Rhizobium), 추자이박터(Chujaibacter) 계통의 미생물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뿌리 주변 흙에서 미생물을 분리해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분리한 5개 균주 가운데 텔루리아 100-57A 균주가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이 균주를 고추 뿌리에 처리하자 복숭아혹진딧물 개체군 증가율이 처리하지 않은 고추보다 약 40% 낮아졌다.

고춧잎에 균주를 처리한 뒤 진딧물의 기피 반응을 확인한 결과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진딧물의 약 67%가 균주를 처리하지 않은 잎을 선택해 균주 처리 잎을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고추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균주 처리 후 초기 6일 동안 식물 방어와 자스몬산 관련 반응, 상처 대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활발하게 발현됐다.

농진청은 해당 균주가 식물의 방어 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여 진딧물의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 IF 5.9)에 게재됐다. 관련 특허출원인 '진딧물 억제 활성이 있는 텔루리아 100-57A 균주 및 이의 용도'도 완료해 실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한상현 농진청 농업미생물과장은 "이번 연구는 진딧물 공격을 받은 고추 뿌리 주변에 증가하는 미생물을 단서로 해충 억제 효과가 있는 유용 미생물을 발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텔루리아 100-57A 균주의 진딧물 억제 원리와 효과를 밝히고 처리 조건과 제형화 연구를 수행해 친환경 진딧물 방제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