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청와대 행정관이야" 믿었지만…7년 만에 드러난 '6억 사기극'
[사건의 재구성] 접대비·인맥 관리 비용 명목 금전 편취
"죄질 매우 불량"…1심에 이어 항소심도 '징역 4년'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인데, 이 정도는 금방 해결할 수 있어."
지난 2015년 10월께, 운수회사 대표 B 씨 사무실을 찾아온 A 씨(70)가 한 말이다. 오래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 씨는 B 씨에게 정·관계 인맥과 영향력을 과시했다. 다소 의심이 가기는 했지만 사업과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고민이 많았던 B 씨는 A 씨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A 씨는 "사건을 유리하게 해결해 주겠다. 검찰 인사권이 있는 민정수석 쪽에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B 씨는 기대를 놓지 못했다. 이후에도 A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결해 주겠다", "사업 이권을 따내려면 접대가 필요하다"며 각종 사업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업 하나만이라도 성사되면 그동안 건넨 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B 씨는 수년간 A 씨의 요구에 응했다.
B 씨는 A 씨에게 접대비와 활동비, 인맥 관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건넸다. 그렇게 A 씨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7년 6개월간 B 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6억6500만 원에 달했다.
긴 시간 동안 실제로 추진된 사업 역시 단 한 건도 없자 결국 B 씨는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A 씨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실제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었고, 정무수석실 행정관이라는 직함 역시 거짓이었다.
A 씨는 편취한 돈 대부분을 가족 계좌로 보내거나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과거에도 동종·이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실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기간, 횟수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와 검사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양형의 조건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선고한 5850만 원 상당의 범죄수익 추징도 유지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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