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라는 태산과 믿음"…장률·박해일·한예리가 회고한 '필름시대사랑'

장률 "안성기 선배님이 '들리는가'하면 들리는 것 같아"
박해일 "후배 배려하던 단단한 눈빛, 영원히 잊지 못할 것"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의 CGV전주고사점에서 열린 '특별전 :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 필름시대사랑' 관객과의 대화에서 배우 박해일이 고(故) 안성기 배우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뉴스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선배님은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가장 큰 태산 같은 어른이셨습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오후, 전주 시내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필름시대사랑'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박해일 배우의 목소리가 숙연하게 울려 퍼졌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안성기 배우를 기리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장률 감독과 배우 한예리, 박해일이 참석해 고인과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장률 감독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좋을 수 있나…거절 못 할 제안으로 모셔"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의 CGV전주고사점에서 열린 '특별전 :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 필름시대사랑' 관객과의 대화에서 장률 감독이 고(故) 안성기 배우를 떠올리며 답변하고 있다./뉴스1 장수인 기자

장률 감독은 안성기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전했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중국에서 우연히 '잠자는 남자'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나중에 영화제에서 뵀을 때 눈이 따뜻하고 드물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좋을 수 있는지 놀랐다"고 회상했다.

'필름시대사랑'의 탄생 비화도 공개됐다. 서울노인영화제 개막작 제안을 받았던 장 감독은 "노인영화제를 거절하는 건 노인을 거절하는 것 같았다"며 안성기 배우에게 출연을 요청했다. 당시 장 감독은 "나를 거절하는 건 괜찮지만, 영화를 거절하는 건 한국의 노인들을 거절하는 것"이라는 다소 짓궂지만 진심 어린 농담으로 고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했다.

한예리 "따뜻한 그늘 같았던 분"…박해일 "배려와 신뢰의 상징"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의 CGV전주고사점에서 열린 '특별전 :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 필름시대사랑' 관객과의 대화에서 배우 한예리가 고(故) 안성기 배우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뉴스1 장수인 기자

후배 배우들은 고인이 현장에서 보여준 깊은 배려심에 떠올렸다. 극 중 안성기 배우에게 반말하며 할아버지라 부르는 연기를 했던 한예리는 "선배님께서 분위기를 정말 따뜻하게 만들어주시려고 노력했던 게 기억이 난다"며 "필름에 대한 사랑, 아니면 지나간 시절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는 그 마음을 받아 연기했기에 다정한 사람과 연기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은 늘 현장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고, 저희는 그 그늘에서 잘 쉬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박해일은 안성기 배우의 '눈빛'과 '미소'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는 "매력적인 미소와 단단하고 차분한 눈빛이 항상 기억에 남는다"며 "현장에서 후배에게 연기 지적 한마디 하지 않으셨고, 제가 연기할 때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휴대전화를 보시며 배려해 주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또한 영화 '한산'에서 다시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갑옷을 입고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신뢰를 주는 배우였다. 그런 분을 잃었다는 사실이 한국 영화계에 너무나 큰 안타까움"이라고 덧붙였다.

"사라져도 영화는 남는다"…안성기가 곧 '필름시대'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의 CGV전주고사점에서 열린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 필름시대사랑' 관객과의 대화에서 장률 감독과 배우 한예리, 배우 박해일이 고(故) 안성기 배우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뉴스1 장수인 기자

장률 감독은 영화 속에서 안성기 배우가 건네는 '들리는가?'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장 감독은 "안성기 선배님이 그 말을 하면 정말 들리는 것 같은 믿음이 간다"며 "선배님은 필름시대를 온전히 겪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분이다. '필름시대사랑'이라는 영화의 정서가 안성기 선배님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GV를 마무리하며 한예리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필름과 영화가 존재하기에 다시 그분을 극장에서 볼 수 있어 아름답다"고 전했다. 사회자는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며 고인이 남긴 60년 연기 인생의 무게를 기렸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8일까지 계속되며, 안성기 특별전에서는 '기쁜 우리 젊은 날', '부러진 화살' 등 고인의 빛나는 필모그래피 7편을 통해 관객들과 영원한 작별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