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과속방지턱서 넘어져 중상, 배상 거부한 지자체…법원 판단은?

재판부 "안전조치 소홀…보행자 과실 참작해 20%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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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비 오는 날 도로 위 과속방지턱을 건너다 미끄러져 중상을 입은 시민이 전북 전주시를 상대로 한 소송 끝에 배상금을 받게 됐다. 시는 해당 시민의 '부주의'를 이유로 배상 책임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전주지법 민사3단독(노미정 판사)은 전주시가 시민 A 씨(28)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20%이며, 이를 초과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는 지난 2021년 8월 21일 오후 2시께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자기 집 앞 도로를 건너기 위해 과속방지턱 위를 무단횡단하던 중 넘어졌다. 도로는 비가 와서 젖은 상태였다.

이 사고로 A 씨는 종아리뼈와 발목 부위가 골절되고 발목 관절이 탈구되는 등 중상을 입어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A 씨는 시를 상대로 사고 책임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으나, 시는 "사고는 전적으로 피고의 부주의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A 씨는 "해당 과속방지턱이 집 대문 바로 앞에 있어 일상적으로 통행할 수밖에 없고, 사고 전부터 미끄럼 위험으로 이전 설치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방치됐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도로 구조와 사고 당시 상황 등을 토대로 시가 A 씨에게 약 299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속방지턱이 A 씨 집 대문 바로 앞에 설치돼 있었던 점 △인도와 과속방지턱 사이에 무단횡단 방지 시설이나 미끄럼 주의 경고문구가 없었던 점 △페인트칠로 인해 우천시 미끄럼 위험이 증가하는 구조인 점 △전주시가 사고 전부터 제기된 민원을 이행하지 않다가 사고 후에야 이전 설치를 완료한 점 등을 근거로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조물 설치·관리자는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이 사건 과속방지턱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후유 장애와 향후 기대 소득 등을 고려하면 손해액은 1억 1300만 원에 달한다"면서도 "비가 와 미끄러운 상태임에도 무단횡단하다가 주의를 게을리한 피고의 과실도 있는 만큼, 시의 책임은 전체 금액 20%에 위자료 500만 원을 더한 299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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