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70대 노린 '로맨스스캠'…1000만원 송금 직전 경찰이 막았다

익산 은행서 "이유 얼버무려 수상" 신고…메신저 대화서 정황 포착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익산=뉴스1) 문채연 기자 = 오픈채팅방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1000만 원을 송금하려던 70대 지적장애 여성이 경찰의 끈질긴 설득 덕분에 가까스로 피해를 모면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9시 12분께 전북 익산경찰서 평화지구대에 "고객이 정기예금을 찾으려 하는데, 송금 이유를 얼버무려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은행 창구를 찾은 70대 여성이 송금 이유를 말하지 못하자, 피싱 범죄를 의심한 직원이 신고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고은성 순경은 여성의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지금 500만 원 있어요?", "이건 비밀로 해 줘. 언니나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등 송금을 종용하고 여성의 입을 단속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고 순경은 여성에게 즉시 로맨스스캠 범죄 수법임을 알리고, 송금을 막으려 들었다. 로맨스스캠이란 온라인으로 접근해 상대방의 호감을 얻은 후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을 말한다.

문제는 여성이 오픈채팅방 대화 상대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는 점이다. 여성은 경찰의 말을 믿지 않고, "생활비로 쓰려고 돈을 찾으려 한 것"이라며 말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고 순경은 포기하지 않고 설득을 이어갔다.

끈질긴 설득 끝에 여성은 결국 송금을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고 순경에게 맡겼다. 고 순경은 즉시 여성이 들어가 있던 여러 개의 오픈채팅방을 지우고, 프로필사진도 내렸다. 이후 자녀에게 여성을 인계했다.

고 순경은 "자식들과 혼자 떨어져 지내시는 어르신이 로맨스스캠이나 피싱 범죄에 당하는 것을 자주 봐왔다"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힘들게 번 돈을 이렇게 넘겨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분들도 부모님에게 로맨스스캠·피싱 범죄 수법을 알려주고 자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로맨스스캠 범죄 발생 건수는 389건이다. 특히 지난 2024년 76건에서 2025년 313건으로 급증해 주의가 요구된다.

tell4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