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광등 켜도 못 막았다…고속도로 '2차 사고' 예방 시스템 한계
고속도로 교통사고 줄었지만 졸음운전 등 '2차 사고'는 늘어
- 문채연 기자
(전주=뉴스1) 문채연 기자 = 최근 고속도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줄었지만, 다른 차량이 사고 현장을 덮친 이른바 '2차 사고'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효성 있는 2차 사고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북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2023년 142건에서 작년 125건으로 약 1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속도로 2차 사고는 5건에서 7건으로 늘었다.
2차 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자 부주의로 분석된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2차 사고 70건 가운데 76%(53건)가 '주시 태만', 16%(11건)가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도로공사는 이 같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작년 9월 '2차 사고 예방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이는 사고나 고장으로 고속도로에 차량이 정차했을 때 운전자가 갓길 방호벽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주변 500m 구간에 적색 점멸등이 켜지는 체계로 공사 상황실에서 원격 작동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현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일부 구간(296.2~296.7㎞, 약 500m)에만 설치돼 있어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단순 점멸등만으로는 새벽 시간대 과속하거나 졸음운전 중인 후속 차량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부 경광등뿐 아니라 차량 내부로 위험 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차 사고 예방의 핵심은 뒤따르는 운전자가 사고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라며 "경광등만으로는 졸음운전 차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차량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교통 인프라 등 정보를 전달하는 '커넥티드 시스템'을 활용해 소방이나 도로공사가 사고 상황을 안내한다면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4일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고창 분기점에선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뒤따르던 SUV가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경찰관 1명과 견인 기사 1명이 숨지고, 구급대원 등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해당 사고 뒤 정부와 관계기관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5일 순직 경찰관 빈소를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도로공사와 협의해 수습 안전 매뉴얼과 업무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범 운영한 2차 사고 예방 시스템 효과를 분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하고 경찰청과 협조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tell4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