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왔다…26년간 총 11억 기부(종합)
9004만 6000원 성금…누적 액수는 11억 3488만 2520원
- 임충식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천사의 날개 짓은 멈추지 않았다.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에도 희망과 감동을 심어주고 사라졌다. 벌써 26년째 이어진 사랑이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기자촌 한식뷔페 앞 소나무 아래 상자 1개를 놓아 뒀으니 좋은 곳에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현장에 달려간 직원들은 A4 용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또 "2026년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쪽지도 들어 있었다.
올해 성금은 총 9004만 6000원으로 확인됐다. 5만원권이 1800장(9000만원), 500짜리 동전이 40개(2만원), 100원짜리 동전이 250개(2만5000원), 50원짜리 동전이 9개(450원), 10원짜리 동전이 55개(550원)이다.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그의 첫 선행은 2000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중노송 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듬해 12월26일에는 74만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2002년엔 5월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저금통이 건네졌다.
액수도 점점 커져갔다. 지난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사는 7009만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7600만558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시끄러웠던 지난해에도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메시지와 함께 8003만 8850원을 놓고 사라졌다.
천사가 올해까지 26년간 27차례에 걸쳐 두고 간 누적 성금은 11억 3488만 2520원에 달한다.
시는 그 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왔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우기도 했다. 주민들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전주시는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송동 특화사업으로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고,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는 지난 2023년에는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나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은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으며, 상금 2억원은 ‘얼굴 없는 천사’가 평소 밝혀온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됐다.
얼굴없는 천사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실제 전주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각 시군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나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나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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