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민주당, 대법관 수 늘린다면서 '4심제' 추진…명백한 모순"

"사법개혁, 보다 신중해야…쓴소리 잘 듣는 정부가 성공"
전주시청서 강연…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등 충분한 논의 강조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전주시 인권공감 문화행사에서 '헌법소원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11.1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사법개혁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평적 관계를 깨는 개혁인 만큼, 보다 많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서로 존중하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전 권한대행이 11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헌법소원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이날 문 전 권한대행은 상속 등 위헌법률심사 청구 사례를 들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통한 인권증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헌법은 주권자의 상식이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면서 "이에 헌법이 상식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또 투표도 해야 한다. 이게 인권을 높이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민주당은 사건처리가 늦는다는 이유로 대법관 수를 늘린다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3심을 4심제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대법관수 증원과 재판소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사법개혁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어 "헌법을 최초로 도입한 오스트리아에서도 대법원 판결을 헌재로 가져가지는 않는다. 행정사건만 가져간다"면서 "물론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국회가 통과시킨 법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모순된 정책은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성공하기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헌법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수평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서로 자기가 높다고 생각한다. 법원과 헌재의 법률해석이 종종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래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권행대행은 "민주당은 현재 사법개혁 계획에 대해 충분하게 더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야 탄핵결정을 한 보람이 있다. 쓴 소리를 많이 듣는 정부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